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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MATTERS – 스타일의 문제

Wednesday, January 28, 2015

세계 도처에 초등 루트를 개척한 케난 하비가 등반에서 보는 여러 수준의 스타일과 스타일을 결정하는 창의성에 대하여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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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s: Kennan Harvey
 

요즘의 클라이밍 스포츠는 끊임없이 더 어려운 걸 하는 것이 성공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강하게 말이죠. 그래서 멈출 줄 모르고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사람이 생깁니다. 악천후가 다가오고, 파트너들은 기다려야만 하고 걱정이 되어 심장이 쿵쿵대고 머리가 지끈거려, 이성적 의사 결정을 하는데 확실히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증세가 돌아서야 함 보여주는 때죠. 탈진할 때까지 하는 건 성공에 이르는 신중한 방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일은 모든 등반 스포츠의 기초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쉽게 피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머 각자 자기 나름의 성공 규칙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자유와 창의성의 의미가, 앞은 짧고 옆과 뒤가 긴 남자의 ‘뮬렛(mullet)’ 헤어스타일과 라이크라(lycra)일 수 있고 또 어느 사람에게는 발레 용 짧은 스커트 튀튀(tutu)를 입고 드라이툴링(drytooling)을 하는 것일 수 있고, 어쩌면 최초의 방수 포탈리지 발명 또는 볼트 없이 초등하고 나서, 세로 토레 (계곡 빙하 상단 부의 급경사 바위 사면인) 헤드월 위에서 포위 공략 방식으로 설치했던 볼트를 콤프레서로 깎아내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새로운 창의성 발휘가 모든 등반 목표의 결과물에 큰 공헌을 하고 등정 스타일의 의미를 새로이 정해줍니다. 좋은 스타일이든 나쁜 스타일이든, 이것이 바로 등반의 핵심이요 진화입니다.
애석하게 이제는 고인이 된 세스 쇼가 언젠가 제게 말했듯, “각 등반마다 자기 나름의 크기에 맞게 깎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건 바위 홀드를 깎아내는 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등반 목표 설정의 정신적 면을 말하는 겁니다. 세스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마치 우리의 조부들처럼, 재킷을 걸치고 “락킹 체어(rocking chair”)로 조용히 물러나 먼저 뭘 등반할지 그리고 그런 다음 우리가 어떻게 등반할지 숙고하라고.

 

그리고 창의성과 더불어, 스타일은 언제나 순환됩니다. 초등학교 체조 시간을 한번 돌이켜 보십시오. 아마 거의 다 백색 스트라이프가 있는 아디다스 바지를 입고 있는 선생님이 학생을 다 트랙 안으로 얼른 몰아넣고, “뛰어, 모두, 뛰어!”라고 외치죠. 같은 반 학생들이 타원형 트랙 위에 흩어져 달리는데, 늘 그렇듯, 다른 학생 모두를 한두 바퀴 앞지르곤 하는 빠른 애들 외에는, 대부분 아주 느린 속도로도 뛰지 못합니다. 빠른 애들이 발을 쿵쿵거리며 다가와 추월하려는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죠. 그냥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실제로 자신이 선두에 있는 척하며, 결승 라인까지 막상막하의 경쟁을 하듯 달릴 수도 있죠. 바로 이 순간에 누군가 딱 사진 한 장을 찍으면, 그 판타지를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스타일은 큰 원과 같아서, 한참 뒤에 처져 있으면 실제로 맨 앞에 있게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적어도 이것이, ‘리틀 베어’ 위에서 미니멀리스트 방식의 정상 비박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설명하면서, 제가 앨런 라일링에게 제시한 논거였습니다. ‘리틀 베어’는 미국 내의 3천 미터의 봉우리 14개 중 하나로, 늘 강풍이 불어대는 콜로라도 주 산 루이 밸리의 가장 동쪽 위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서밋-비비(summit-bivy) 스타일에서는, 단지 와인 1 리터와 스토브, 가벼운 침낭만을 갖고 산봉을 등반함으로써, 6천 피트 아래에 있는 평원 위를 비추는 기막힌 노을과 비교할 때 작게만 느껴지는 배낭만 가지고도 충분히 등반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 비박하라는 건 중요한 룰의 어느 곳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앨런이 회의적인 태도로 제 계획에 답했습니다.

멋진 빅 월 등반의 어려운 부분은 물론이고 높다란 곳에서 강렬한 감정을 유발하는, 멋진 풍경의 인스피레이션을 즐깁니다. 앨런은 (온갖 것에 능통한) 르네상스 맨입니다. 게다가, 첫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서, 저의 괴상한 아이디어에 의문을 갖는 게 당연합니. 하지만 저는 우리의 객관적 리스크를 줄이려면 정상에서 자야 한다고 우겼고, 그가 마지못해 굽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스타일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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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오후 햇살 속에서 레이크 코모 위로 터벅터벅 올라가는 동안 날씨는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우리는 웨스트 릿지 다이렉트를 ((5.4, 1,400’) 택했습니다. 터프한 고수들이 택하는 루트는 아니었으나, 우리가 택한 스타일은 그런 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슬로우 클라이머’이어서, 빨리 가는 젊은 애들이 내내 숨을 헉헉거리며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비탈의 가파름과 싸늘한 공기를 느끼고 들어 마시며 트랙을 따라 차츰 차츰 올라갑니다.
위로 올라가는 동안 오후 늦게까지 좋은 날씨가 지속됐고, 대체로 바위가 좋고 로프를 안 써도 되어 완전히 몰입하여 즐겁게 루트를 따라 계속 간 다음, 갑자기 좁디좁은 능선 정상에서 루트가 끝났습니다. 긴 능선 3개가 서로 만난 곳인데, 낡은 통풍용 금속판 정도 크기의, 약간 움푹한 바위에 피난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위에서 잔 정상이 ‘리틀 베어’인데, 콜로라도에서 가장 가파르다고 여겨지고 있는 ‘리틀 베어-블랑카 트래버스’ 능선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다행히 불꽃놀이 없는 날씨 속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느긋하게 아침 먹고 나서, 트래버스 구간을 한참 가고 있었는데, 앞에서 말한 빠른 젊은이들이 ‘리틀 베어’ 정상을 넘어 왔고 ‘블랑카’까지 이르는 좁은 길을 따라 아슬아슬한 동작을 하며 가는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이 우리 것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까요? 실제로 누가 앞인가요?

어제 저녁,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앨런이 그의 스턴트 연을 연을 펼쳐 어렵사리 머리 위 높이 띠우는데 성공했습니다. 노을빛을 받아 연이 반짝이며 허공에서 일렁거렸습니다. 우리가 길 따라 서둘러 갔다면 가져볼 수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게 그 다음의 중요한 일임을 믿습니다. 창의성과 스타일이 만든 기쁨의 순간.

—Kennan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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