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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BOOTCAMP

2016년 봄,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밥시 장걸(Babsi Zangerl), 다일라 오헤다 (Daila Ojeda), 콜렛 매키너니(Colette McInerney)가 등반력 향상을 위해 3주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하였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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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야외에서 등반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나의 그레이드보다 높은 루트를 여러 번 시도하거나 좀 쉬운 루트를 연달아 등반하면서 체력을 키워나갔으며 실내 암장에서의 운동은 매번 야외로 나갈 수 없는 불행한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영상 필름 작업이 점점 늘어나면서 바위에서 보내던 시간이 축소되었고 클라이밍이 아닌 다른 일들로 중심이 되어 돌아갔지만,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가 나를 앉혀 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생각해봐, 당신은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훈련을 한다면 가장 크게 득을 볼 사람은 바로 당신이야. 더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과연 그 말이 맞을까? 2015년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선수가 다 같이 모여 나름 특화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보게 되자 내 눈썹이 위로 올라갔습니다.
생활의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내 등반 실력이 장기적 트레이닝을 통해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했습니다.
내가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블랙다이아몬드의 직원들은 열의를 가지고 또 하나의 트레이닝 캠프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나의 클라이밍 파트너와 멘토는 남성이었지만 여성 클라이머들과 함께 등반하는 동안 언제나 많은 유대감을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트레이닝 캠프가 여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자 나의 의욕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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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a, Colette and Babsi training at Mesa Rim Climbing Training Center

 

여성 클라이머의 동작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이 등반을 할 때는 생각의 접근 방식이 달랐습니다.
남성이 특정한 동작을 하는 걸 보면 내게는 안 맞는다고 생각하였지만, 여성 클라이머가 등반하는 걸 보면 같은 자세를 취하려고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초보 클라이머의 경우 순전히 파워 위주로 등반하면 남성보다 문제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여성이 가진 장점 유연성, 테크닉, 문제 해결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등반 향상 능력이 매우 더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남성과 동등한 위상 또는 심지어 더 나은 수준까지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스포츠의 정말 멋진 점입니다.

여성 클라이머들은 공인된 루트를 등반할 때 모범이 되는 동작들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경우 한 가지 방법만 있다고 믿지 않고 늘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베타(beta)를 가지고 가능성을 찾아냅니다.
나는 이런 여성의 접근법이 트레이닝캠프를 통해 훈련 성과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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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오로지 여성 클라이머들과 훈련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멋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주 내내 같이 지내기는 쉽지 않으며 솔직히 어느 정도의 마찰도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성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더욱 솔직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매이자 친구이니까요.

굉장히 탁월한 선수들 사이에 에워싸여 있다 보면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여성 클라이머가 다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한 명밖에 여성이 없는 한 실내 암장 내의 한 여성에게 전해질 수 있는 내용과 스토리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여성이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그러면서 등반 의욕을 느껴 불안감과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극복하여 오로지 자기 자신의 목표를 위해 훈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일라 오제다와 밥시 장걸 그리고 나는 스타일이 다른 클라이머입니다. 다일라 오헤다는 그녀의 고향인 카나리아 제도( 최고의 서핑 명소)의 해변 위에서 볼 수 있는 밀물처럼 거센 클라이머 입니다.
밥시 장걸은 침착하고 섬세하며 그 뒤에는 절대 동요하지 않는 매 같은 의지와 집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 둘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블랙다이아몬드의 부트 캠프(Bootcamp)로 그들과 함께 들어섰을 때 분명한 한가지는 세계 최고의 여성 클라이머 중 두 명과 함께 내가 등반하고 훈련할 것이고 그 과정에 몰입하면 내가 얻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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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ette McIner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