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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 FROM EVEREST: AFTERMATH – 네팔 지진의 여파

 

4월 25일, 네팔 시각으로 정오 4분 전, 인도 판(plate)이 유라시아 판 밑에서 요동쳤습니다. 순식간에, 카트만두와 그 주변의 숲이 우거진 언덕과 깊은 계곡을 지탱하고 있는 유라시아 판의 남단이 1m 정도 위로 솓구쳐 올랐습니다.

All Photos: Raphael Slawinski

이번 시즌, BD 앰버서더 라파엘 슬라윈스키가 독일 알피니스트 다니엘 바르츠쉬 및 다비드 괴틀러와 함께 에베레스트 북동 페이스를 순수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카트만두 동쪽 200 Km에 있는 에베레스트 북벽 위의 베이스 캠프에서, 다니엘과 다비드와 저는 점심을 먹고 나서 취사장과 식당으로 쓰는 메스 텐트(mess tent)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전날, 부서진 바위 잔해가 덮여 있는 능선 위에서 고소 적응 산행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캠프의 소음과 번잡스러움을 벗어나, 산 속에 있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능선의 높은 곳에서, 우리의 작은 텐트의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노을의 마지막 햇살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점점 사라지는 걸 봤습니다. 냉동 건조한 태국 식 국수 팟타이(Phad Thai)를 준비하려고 눈을 녹이는 동안, 앞으로 수일 그리고 수주일 동안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 했습니다. 힘들어도 처음에는 7천 미터 위까지, 그 다음에는 8천 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 와서 쉬고, 그 다음에 가볍게 짐을 꾸려 북동 벽 등정을 시도해보자고. 고요한 밤에 롱북(Rongbuk) 빙하의 잔해 위에 올라와있으니 더욱 낙관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우리의 비비를 따스하게 해줄 때까지 기다린 후, 가장 가까운 봉우리까지 하이킹을 했습니다. 마지막 수백 미터는 얇은 이판암이 엉성하게 쌓여 있는 트레드 밀(treadmill) 같았습니다. 마치 캐나다 로키 산맥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뻔 했습니다. 허나 비슷하긴 해도, 달랐습니다. 페이스를 높이려고 할 때마다, 결국은 몸을 숙여 무릎 위에 손을 놓고, 헉헉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데날리 정상보다 더 높은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24시간 후,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먹다 남은 야채를 찾고 있었는데,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눈사태가 우리 위로 맹렬히 오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 때 누군가 “지진이야!”라고 외쳤고 모두 취사 텐트 밖으로 황급히 튀어나왔습니다. 지면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서 있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후 모든 게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가 안전했던 건 암반으로 형성된 거대한 평원의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임을 깨달으면서,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휴대폰과 속도가 느린 인터넷 접속을 통해, 네팔에서 조금씩 뉴스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행운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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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관심사와 야망은 4월 25일에 네팔을 급습한 것과 같은 비극을 만나면 더 이상 중요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지진이 발생한 불과 몇 분 사이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무너진 빌딩에 깔리고 엄청나게 밀려 내려온 토사와 눈사태 속에 묻혔습니다. 지진이 지난 지 한 달이 넘어, 몬순 기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는데, 아직도 더 많은 사람이 방수포 아래와 텐트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집은 잔해 속에 있든가 금이 가 있고 안전하지 못하여 거주할 수가 없습니다. 재건 활동은 굉장히 느립니다. 무너진 잔해를 손으로 조금씩 치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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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관해 제가 아는 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기사와 이미지를 통해서 얻은 것이지 저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게 아닙니다.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있는 티베트는 네팔에서의 주택 붕괴와 사태 그리고 그로 인한 수천 명의 사망자 피해를 면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쪽 베이스캠프에서는, 그 지진 이후의 며칠 동안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중국 티베트 등산협회가 (CTMA)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결정하는 동안 모든 사람이 베이스캠프로 내려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할 일이 아무 것도 없어, 다니엘, 다비드와 제가 네팔로 가서 그 지진의 여파 속에서 도움을 주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곧 깨달은 점은,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 우리가 오히려 짐만 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카트만두에서는 우리가 깨끗한 물과 살 곳이 필요한 그저 세 명의 서양인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 머물러 우리의 원정을 계속 진행하는 걸 검토했습니다. 등반하는 동안 여진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넘어질 듯 움찔거리는 암탑과 불안정한 세락이 무너져 설원 위로, 무력하게 프런트-포인팅 자세로 서있는 우리에게 쓸려 내려오는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낙석과 낙빙은 우리가 에베레스트 북동 벽을 목표로 정했을 때 받아들이기로 한 위험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러고 나니 우리를 망설이게 했던 것이 별로 실질적인 고려사항이 아님이 명확해졌습니다. 이 산의 반대쪽에서 수많은 비극이 벌어졌는데, 우리가 등반을 계속하는 것이 예의에 맞을지? 사실, 우리가 희생자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듯이 우리가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남의 고통에 냉담하고 또 불손한 것이 아닐까?

 

“WOULD IT BE DECENT TO KEEP CLIMBING WHILE A THOUSAND TRAGEDIES UNFOLDED JUST OUT OF SIGHT ON THE OTHER SIDE OF THE MOUNTAIN?”

 

다행히, 우리가 그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며칠 기다리고 나니, 어떤 고위 CTMA 관리가 와서 이번 잔여 등반 기간에 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할 거라는 말이 베이스캠프에 돌았습니다.

중국 티벳 등산 협회에서는 2015 봄 등반 시즌의 등반 원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한다“고 한 연락관이 전화 통지문을 읽어 주었습니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차 재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등반의 위험도가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다. 둘째, 셀파의 고향이 이번 재난에 시달리고 있어 셀파의 현재 심리 상태로는 등반을 계속할 수 없다. 셋째, 남벽 베이스캠프에서 사망한 산악인에 대해 조의를 표해야 한다.“

 

우리 셋이 밖에서 일렬종대로 자갈 투성이 평원 위를 걸어 우리 텐트로 돌아갔습니다. 그게 끝이었습니다. 여러 달 동안 꿈꾸고 계획하고 훈련했는데, 정말 시작도 못해 보고 원정이 끝났습니다. 감사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에베레스트 남벽에서는 거의 20명이, 네팔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는 수천 명 이상이 죽었는데, 우리가 있는 쪽의 에베레스트에서는 전혀 사상자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셀파와 쿡은 무너진 집과 잔해가 널려 있는 거리로 돌아갈 것이지만, 다니엘과 다비드와 저는 안전하고 편안한 삶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베이스캠프에서의 마지막 날, 해가 눈부시게 비치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속에서, 저는, 아직도 거의 20 Km 떨어져 있는, 에베레스트 북벽을 향해 빙퇴석(morianes) 지대 위를 걸어 올라갔습니다. 지난 며칠 간, 원정대가 하나 씩 짐을 꾸려서 떠나는 바람에, 베이스캠프가 조용해졌습니다. 화강암 돌 부스러기 속에서, 완벽한 고독만이 있었고, 들리는 건 바람과 물소리뿐이었습니다. 빙원과 클루와르가 있는 에베레스트가 저 멀리 밝은 오후 햇살 속에서 빛났습니다. 수 일 간의 청명한 날이 지난 후, 해와 바람이 지난 번 폭설에 내린 눈을 벗겨내어, 얼음의 맨살을 드러냈습니다. 이 거대하고 광활한 산 위를 크램폰을 차고 올라가는 제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허벅지와 심장이 터질듯한 제 모습을 말이죠, 근 1년 전 에베레스트를 시도해보기로 결심했을 때, 성층권에 가까운 그 높이와 그 역사 그리고 말로리와 어빈의 돈키호테 같은 시도, 로레탕과 트로일렛(Troillet)의 “night naked ascent”에 마음이 이끌려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에베레스트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온 게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는 에베레스트의 모양이 멋지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변함없이 정상에서 연기처럼 얼음 결정이 휘날리고 있는, 저 거대한 검은 바위 피라미드와 눈부신 백설을 보니, 에베레스트가 굉장히 웅장할 뿐 아니라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곳에 다시 돌아와 혹독하고 산소가 희박한 에베레스트의 장관을 직접 경험하고자 합니다.

[참고: “night naked ascent”. 셀파, 로프, 산소통 없이, 낮에 쉬고 야간에만 등반하는 싱글-푸시 방식의 익스트림 알피니즘을 말함.]

 

http://blackdiamondequipment.com/en/experience-story?cid=everest-dispatc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