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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매킨타이어: 체인징 코스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메리 매킨타이어는 이번 모험을 위해 수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습니다. 그녀를 포함해 팀원 전체가 여자로만 구성되어 있는 메리의 여성 팀은 아이슬란드에서 출항해 스키를 타고 한적한 그린란드의 서해안을 누빌 예정이었죠.

하지만 2월 말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을 기점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혼돈의 시작과 함께 그린란드로 출항한 그녀가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왔을땐,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죠. 아래 “체인징 코스” 영상을 통해 메리의 인생을 바꾼 모험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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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앤 클리얼리 & 플로랜스 그로스

2019년 8월, 지금껏 받아본 메시지 중에 저의 마음을 최고로 들뜨게 했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페이스북 메시지였는데, “시기”라는 이름의 아이슬란드 친구였죠. 몇년전 아이슬란드로 스키 여행을 갔다가 알게 된 친구인데, 오로라 아크티카(Aurora Arktika)라는 요트/스키 회사를 운영하며 집 근처 베스트피르디르 주변으로 종종 스키 여행을 즐기던, 그런 친구였어요.

그런 그가 이번엔 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한겁니다. 오는 3월, 저의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그린란드까지 그의 요트로 이동한 후 3주동안 머물며 서해안의 스키 코스를 누비자는 아주 흥미진진한 계획이었죠. 저와 제 친구들은 멋진 스키 여행과 추억을 얻고, 그는 미래의 고객들을 위한 신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었죠.

그렇게 수개월에 걸쳐 계획을 세우고, 스키어들을 모은 후, 예산과 여러가지 비용들을 계산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사이에 있는 덴마크 해협을 건너는데 4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뜨고 긴장 반 설렘 반이었죠. 또한 당시 중국 국경을 주변으로 전파되고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행여나 우리의 계획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요. 2월 27일, 여행 6일전, 저는 여행을 함께 계획했던 키리 스미스라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 걱정이 되네”라고요. 당시에는 친구에게 저런 문자를 보내는 제 자신이 조금 우수워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바이러스라니, 저와는 관계없는 너무도 먼 얘기인것 같이 느껴졌죠.

그렇게 이사피외르뒤르(Ísafjörður)는 작은 마을에 여덟명의 스키어가 모였습니다. 여행이 시작됨과 동시에, 바이러스의 확산이 급격한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거센 돌풍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느라 바로 출항을 못하고 며칠동안 기다려야했죠. 마침내 날씨가 개이고 항해를 시작 했을땐,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창궐하기 시작했고 덴마크는 그린란드의 국경 차단 지침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새로운 바위를 찾는 여정은 호기심과 인내를 동반합니다. 완벽한 볼더, 완벽한 절벽을 머릿속에 그리며 오로지 상상력에 의지한채 숲속을 정처없이 몇시간동안 헤매다보면 결국 아무런 수확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하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은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얻어가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마음 가짐을 바꾼다거나 우리를 괴롭히던 인생의 어떤 해결책을 찾는것 같은 추상적인 발견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것은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멋진 바위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새로운 거점 같이 조금 더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발견일 수도 있죠. 중요한건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의 발견이 우리가 찾던 것과 다르다는점 그리고 그것이 결국 우리가 운명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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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무려 40노트의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폴란드 출신의 갑판원인 우젝과 피터는 “출항 할만한” 날씨라고 말했고, 우리는 마침내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유타 주 내륙 출신인 저에게 4일동안 바다 위에 떠있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죠. 특히나 3월 초 폭풍 속의 북대서양은 실로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이번 여행의 별미를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았습니다. 안전하고 또 안전하게, 자연의 설산을 누비며 스키를 탈 것이란 걸 우리는 알고 있었죠. 게다가 어떤 이상한 바이러스가 지구를 점령하고 있다는 소식에 바다 한가운데 보트 위는 이번 판데믹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탄 보트는 3달치에 달하는 식량과 물자를 싣고 있었고, 앞으로 3주 동안은 외부인과 일체 접촉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자가 격리를 통해 그린란드 내륙의 사람들에게도 잠재적인 위험이 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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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이슬란드 항구에 도착하고 보니 세상은 며칠 전과는 완전 딴판이 되어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은 이용이 전면 금지되어 있었고, 주식 시장은 붕괴하고 있었으며, 바이러스로 인한 혼돈은 커져만 가고 있었죠. 그리고 우리도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지만, 그것마저도 녹록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항공편이 실시간으로 변경되고 취소됐기 때문이죠. 우리의 비행기도 계속된 지연을 면치 못했고, 마침내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 했을땐 마스크를 쓴 의료팀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료팀은 저의 체온을 잰 후 지난 14일간 감기 증상이 있었냐고 물었죠. 공항은 섬뜩하리만큼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이란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해 안전하고 비교적 쉽게 건강한 가족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특권은 저에게 깊은 죄책감을 주었습니다. 전세계가 바이러스 위험 단계를 격상시키고, 수개월간의 락다운으로부터 회복하는 사회를 보며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온 저희의 결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린란드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것이기에, 언젠가 그 험난한 자연의 세계를 다시금 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야트는 코로나와 폐렴 검사에서 음성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무리를 했던터라 단순한 계절 감기에 걸렸던 것이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완전히 회복해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