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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그랜트: 놀란스 14 인터뷰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그랜트(Joe Grant) 선수는 모험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힘들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극한 모험을 갈망하고 있죠. 그런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이 바로 놀란스 14입니다. 놀란스 14(Nolan’s 14) 콜로라도 서워치 산맥의 14 산을 연결해  길이 160km 달하는 등산 코스입니다. 이번 모험에서  그랜트 선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아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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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샤바노 산(Mt. Shavano) 트레일 헤드에 선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조 그랜트 선수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콜로라도주 레드빌의 매시브 산(Mt. Massive in Leadville, Colorado.)에서 출발한지 49시간 38분이 지났을 때였죠. 그의 등 뒤로는 4200m 높이를 가진 서워치(Sawatch) 산맥 14개 봉우리가 연결된 거리가 무려 160km가 넘는 트레일이 어렴풋이 비쳤습니다. 상승누적고도로 13,411m 이상 산봉우리들을 달린 그랜트 선수는 극악무도한 놀란스 14 코스를 가장 빠른 시간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주파하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조 선수의 모험에는 아찔한 순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첫날밤에는 3962m의 가파른 경사면에서 누워있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두 시간 동안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가 잠결에 벗어 둔 신발은 무려 4m 위에 놓여있었죠.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이제껏 그가 갈망하던 모험이었습니다.

nolans.1사진: 앤디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융통성을 발휘해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조 선수가 말합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자각할 때 발생하는 순수한 호기심인 것이죠. 성장은 항상 고난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깐요.”

조 선수의 러닝이 끝나고 며칠 후, 우리는 조 선수를 찾아가 그의 동기, 트레이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란스 14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질의 응답

처음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놀란스 14 도전하게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생각했던 건 2012년쯤이었습니다. 그 해 봄 콜로라도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제 친구인 토니 (Tony (안톤 쿠루피카 Anton Krupicka))가 2013년에 놀란스 14를 도전할 계획을 짜고 있었고, 2012년에 그 친구와 서워치 산맥 근처에서 주변 산들을 둘러보며 많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의 도전을 보조해주고 뒤에서 응원하는 역할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때 저에게도 목표가 생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도전은 결심으로는 부족합니다. 날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 후 달력에 적어야 비로소 현실이 되는 것이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요. “진지하게 해보겠어.”라고요.

nolans.24사진: 크리스 파커

2016 고향이라고 부르는 콜로라도 주에서 해발 4,000m 넘는 모든 산을 31일 동안 자전거와 달리기로 완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놀란스 14 비교했을 어땠나요?

콜로라도에서 58개가 넘는 4,000m 높이의 산을 등반한 것(14ers)은 순전히 제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콜로라도에 대한 애착이었어요. 지역이 어떤지 둘러보고 싶기도 했고요.

놀란스는 굉장히 힘겨운 도전이었습니다. 이틀이라는 시간 속에 모든 것이 응축된 탐험이었죠. 깊게 탐험하고 싶은 장소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 부치는 극한의 시간들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14ers는 하나의 과정 같았다면, 놀란스는 마치 뾰족한 창 끝과도 같았어요. 더 집중되고 매서운 느낌이죠.

 

놀란스 14 완주하는 있어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엉망진창이 된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요[웃음]…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특히나 더 그렇죠.

그런 과정 속에서 제가 가진 기술을 적용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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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스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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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달리고 싶었던 건가요? 그런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물론 목표가 순전히 빠른 속도라면,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좋죠. 하지만 필요한 모든 장비를 등에 지고 산으로 향하는 행위 자체의 아름다움이 더 끌리더군요.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백팩 하나 매고 산에 홀로 떨어져 있으면 그 어떤 것도 부러울 게 없습니다. 계곡에는 물이 있고, 먹을 음식도 있으며 추울 때를 대비한 재킷과 밤에도 어둠을 밝히는 등불까지, 필요한 것은 다 있죠.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조건 빠르게 완주하는 것보다 좋은 점은 이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혼자 하는 탐험을 위해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가방은 8리터짜리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 팩을 들었고요. 그 안에 140g 짜리 기모 바지랑 85g 짜리 블랙다이아몬드 파인라인 레인 자켓, 블랙다이아몬드 메리노 비니, 블랙다이아몬드 몽블랑 장갑과 아이폰을 넣었습니다. 또한 블랙다이아몬드 리듬 티셔츠를 입었고 뒷주머니에는 조금 추울 때를 대비한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 윈드 쉘을 챙겼습니다.

nolans.2사진: 앤디

비상시를 대비한 준비물로는 한 자루의 칼과 물집 또는 발목을 삐었을 때를 위한 테이프, 가볍고 큰 담요가 있습니다.

두 개의 헤드램프 또한 챙겼는데, 하나는 스팟이고 다른 하나는 스팟라이트입니다. 물론 배터리도 두 세트 가져갔고요. 두 램프 모두 AAA 건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하여 사용할 수 있었어요. 작지만 아주 강한 빛을 뿜어내는 스팟 램프 시리즈는 배터리 교환 없이 이틀 밤 동안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 카본 Z 트레킹 도 챙겼지만 실수로 콜롬비아 산(Mt. Columbia)에서 하나를 망가트렸습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고, 그냥 눈 속을 걷다가 눈 속에 박힌 폴이 부러지고 만 것이죠. 예일(Mt. Yale) , 프린세톤(Princeton), 안테로산(Antero) 처럼 큰 산들이 아직 남아있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산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부러진 폴을 끝까지 가방에 넣고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nolans.23사진: 크리스 파커

이외에는 물과 음식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음식은 약 7,000 칼로리 정도만 가져갔어요. 절반은 타 먹는 음료수였고, 나머지 절반은 에너지바 10개 정도였습니다. 보보바 4개, 마크로바 6개 정도였고, 트레일 믹스 한 봉지도 있었어요. 피로해졌을 경우를 대비해 단백질 음료를 세 가지 챙겼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스포츠 드링크를 빼고 단백질 드링크를 더 가져가야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효과가 뛰어났습니다. 속도를 내지 않는 트래킹이었기 때문에 일반 스포츠 드링크보다는 단백질 음료가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럼 가져간 짐의 무게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처음에는 3~4kg 정도였던 것 같아요. 카타딘 필터와 0.5L 짜리 블랙다이아몬드 소프트 플라스크 병을 세 개 가져가서 계곡물을 퍼마실 수 있었습니다. 산 정상 부근의 물은 대부분 깨끗해서 필터를 거치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엘크나 사슴의 활발한 활동의 흔적이 보이는 계곡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사실 날씨가 꽤나 더웠기 때문에 필터를 장착한 물병을 생각했던 것보다 자주 사용해야 했습니다. 세 병을 항상 꽉꽉 채워가지고 다녔죠.

 

놀란스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저는 골드 힐의 해발 약 2,500m 높이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14er인 인디언 피크나 롱스 피크로 러닝을 자주 하곤 합니다. 올겨울 특히나 롱스 피크를 자주 올라갔고 평소에도 다른 산들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편입니다.

nolans.3사진: 앤디

놀란스 러닝이 있기 한 주 전에는 서와치 산 봉우리들 사이의 몇몇 지역을 다시 익히러 가기도 했습니다. 산기슭에 있는 계곡을 거닐다 보면 수풀을 많이 헤치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길을 찾기 까다로운데요. 때문에 전체적인 루트를 미리 머릿속에 담고 싶었던 것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등산도 할 겸, 겸사겸사 지리를 익혔던 것이죠.

본격적인 트레킹은 밤에도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답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일본에서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총 거리 80km 누적고도 5,000m를 달리는 경기였는데 굉장히 힘겨웠기 때문에 놀란스를 대비하기에 적절했고, 시차에 수면부족으로 조건 또한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에 정신적인 트레이닝의 역할도 한몫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험이 놀란스를 완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nolans.25사진: 앤디

중간에 포기하고 싶거나 후회가 되지는 않았나요?

완주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어요. 사실 이렇게 100% 확신했던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원래 한 번도 포기를 고려했던 적은 없습니다. “난 할 수 있어!” 라기 보다는 “정말 탈진해서 쓰러져 버릴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해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식이죠.

극한의 상황에서 부정적인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은 참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안 좋은 일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트레이닝이 모자랐어.” 또는 “신발을 잘못 가져왔네.” 같은 생각들 말이죠.

변명거릴 찾는 건 항상 쉬운 일이지만, 이번엔 어떤 변명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을 미리부터 하고 갔어요. 제 생각과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면, 실수에서 배울 점을 찾을 뿐이죠.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서 변명거리를 찾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내리는 결정에 책임감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실수에 과하게 이입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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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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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순간은 어떤 경우였나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했던 순간들도 있고요. 깊은 산속에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걱정거리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내가 만약 쓰러지면?”과 같은 생각은 혼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은 자신 외에 없기 때문에 한계치를 과도하게 넘겨서는 안됩니다. 완주를 위해선 안전이 우선이니깐요.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첫날밤, 다섯 번째 봉우리인 미주리 산을 지나 벨포드 산으로 향하는 길에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자잘한 트레버스 구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저녁 10시 30분/11시쯤이었는데, 자욱하게 낀 안개 때문에 계획을 바꿔 앞에 있는 옥스퍼드 산으로 경로를 틀어야만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씨였어요. 그렇게 옥스퍼드 산을 내려와 툰드라 경사면을 타고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자정이 지나고 고도 4,000m 지점에서 저는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보니 제 신발은 저와 4m 떨어진 상단 경사면에 놓여있었고, 저는 고도 4,000m 지점의 가파른 절벽에서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지고 있었죠. “어? 신발이 저 위에 있네?”라고 투덜댄 후 입었던 기억이 없는 바지와 우비를 그대로 걸치고 신발을 회수하러 올라갔습니다. 그 후로도 몇 시간 동안 길을 헤맸고,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키가 큰 버드나무들이 우거진 목초지를 맞닥뜨렸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죠. 결국은 원래 계획했던 길로 잘 들어섰지만, 길을 헤맨 두 시간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어요.[웃음]

nolans.20사진: 앤디

이렇게 혼자 하는 모험에는, 스스로가 내리는 결정이 게임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었어요.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돼. 정신 차리자.” 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마지막 봉우리에서 또 실수를 해서 매우 당황했습니다. 능선을 거꾸로 탄 것이죠. 그전 봉우리와 마지막 봉우리의 경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실수를 깨달았고, 마지막 산을 다시 달려야 했어요. [웃음]

 

그럼 실제로는 놀란스 15였던 거네요?  

그렇죠 [웃음].

 

14개의 산중에 가장 좋았던 봉우리를 꼽으라면요?

가장 좋았던 산을 뽑는 건 조금 힘들어요. 산보다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으니깐요. 전체적으로 모든 산을 즐겼던 것 같아요. 따분했던 루트들까지도요.

굳이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미주리 산에서 첫날밤에 보았던 일몰이 아주 환상적이었어요. 콜롬비아 산에서 보름달과 함께 보았던 일출도 빼놓을 수 없죠.

nolans.4사진: 앤디

제 아내 디안의 첫 14er인 샤바노 산이 이번 루트의 마지막 봉우리였어요.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라서 더욱 특별했죠. 산을 내려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와, 첫 14er로 하기에는 꽤 높고 어려운 산인데?” [웃음]

안테로 산에서 염소 무리를 만났던 것 또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놀란스 14 완주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상이나 메달 같은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위태롭고 아찔한 모험을 하게 특별한 동기가 있을까요

이런 루트를 하려면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동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놀란스는 단지 하나의 수단일 뿐이죠.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동기입니다. 시간을 목표로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같은 루트를 5일, 6일에 걸쳐 완주하는 것과 이틀에 걸쳐 완주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천천히 하는 게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간을 더 쓴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죠. 하지만 스스로를 시험하는 과정은 분명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것입니다.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융통성을 발휘해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를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쉽지 않다는 것을 자각할 때 발생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강한 편인 것 같아요. 성장은 항상 고난을 동반하기 마련이니깐요. 자학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것이에요. 놀란스가 얼마나 힘든 루트인지 알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nolans.21사진: 앤디 얼

계획을 짤 때는 항상 쉬워요. “추우면 이걸 입고,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라고 아무리 계획을 세워봤자,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생각일 뿐이죠. 진짜로 그 상황에 놓이게 되면 상상을 초월하게 힘듭니다. 이런 부분이 저에게는 흥미로운 점이었어요.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이니깐요.

 

결국 놀란스 14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최단 시간을 기록하셨는데요. 이게 선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원래는 앤드류 헤밀턴 선수가 기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홀리 놀란스라고 불리는 코스를 완주했는데, 매시브 산[놀란스 14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를 때 만나는 첫 번째 산] 북쪽  50km 지점의 홀리 크로스 산에서부터 시작한 거죠. 홀리 놀란스는 그렇게 서워치 산맥 15개 봉우리를 전부 포함하는 루트입니다. 워밍업까지 합쳐서 총 72시간이 걸린 그의 달리기는 중간에 놀란스 14을 포함하고 있었고, 53시간 42분이라는 놀란스 14의 기록은 홀리 놀란스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기록이죠. [웃음]

누군가가 세운 기록을 따라가는 건 어떤 기준을 세우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거죠.

물론 그렇지만 저 또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탐험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죠.

nolans.9사진: 크리스 파커

시간은 고난 속에서 하나의 지침일 뿐입니다. 태평하게 천천히 달린다면 물론 더 편하겠지만, 개인 기량을 발전시키기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은 저에게 동기부여의 역할을 하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꼭 기록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기록을 기준으로 달린다면 개인 기량을 시험할 수 있는 힘들고 어려운 모험이 되는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저는 성장하는 것이죠.

끝에 가서도 제가 세운 시간 기록이 제가 한 경험을 정의하지 않습니다. 모험의 과정 속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일이 훨씬 더 소중하고 흥미로운 가치로 남는 것이죠.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니깐요.

하지만 결국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숫자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밀어 부쳤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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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한 후에 무엇을 하셨나요?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어요 [웃음]. 그리고 아칸소 강에 가서 발에 생긴 물집을 잘라냈고 스파게티를 먹은 후….. 집에 갔어요 [웃음].

제 일이 간단해서 좋아요. 다른 건 필요 없이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니깐요. 그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좋은 기분으로 집에 갈 수 있어요.

nolans.22사진: 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