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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아래 눈사태에 묻힌 친구를 구조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없었어요.”라고 눈사태에 조난 당해 4m 아래에 묻힌 동료를 무사히 구출하는데 성공한 반필드(Tim Banfield)가 생생했던 그날의 일을 회상하며 말합니다. 반필드는 글을 읽는 독자들이 이번 이야기를 통해 얻은 교훈과 지식으로 다른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할 있기를 바란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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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5일, 저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캐나다 앨버타 주 템플 산(Mt Temple in Alberta) 인근에서 발생한 눈사태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저에게 큰 교훈을 가져다주었으며, 마찬가지로 저의 이야기가 훗날 누군가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만, 성공적이었던 구조에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눈사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배경 설명을 해보자면, 저는 주로 겨울이 되면 아이스 클라이밍이나 클라이밍 사진작가로 활동합니다. 하지만 눈사태가 발생했던 날에는 그 해 처음으로 스키를 탄 날이었습니다. 최근 한 달간 눈사태 예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기 15분 전이 돼서야 스키를 타기로 결정한 것이죠. 원래는 스탠리 헤드월에 있는 네메시스라는 아이스 루트의 등반을 촬영하기로 되어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로키산맥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계획을 수정한 것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닥쳐올지 전혀 모른 채로 말이죠.

15분의 짧은 준비 시간 동안 저는 클라이밍 장비를 풀어 헤치고 스키 장비들로 짐을 다시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사태 예보를 빠르게 훑은 후,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친구들과 함께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제가 챙긴 장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PIEPS Pro 비콘
  • 퀵드로우 프로브 카본 240
  • 디플로이 3 삽
  • 밴딧 아발롱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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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어디였나요?

그날의 계획은 근처의 등반 지역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모레인 호수(Moraine Lake)를 따라 약 12km를 스키로 이동했고 라치 밸리(Larch Valley) 오솔길을 걷기 전에 간단하게 간식거리로 배를 채웠습니다.

센티널 패스(Sentinel Pass)정상으로 향하는 라치 밸리 오솔길은 길이가 대략 6.8km에 해발 735m 높이에 위치한 산책로입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제가 신고 있던 스키 아래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 파트너에게 좋은 징조가 아니니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냐고 이야기하려는 찰나, 슬로프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눈사태가 저희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너비가 200-225m에 육박하는 거대한 눈 덩어리였죠.

그다음은 어떻게 됐나요? 

13feet.1사진: 반필드 

눈사태 맨 윗부분에 있었던 저는 즉시 활락 정지(self-arrest: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으로, 비탈길에 얼음도끼를 꽂고 다리를 뻗어 발가락 힘으로 견딘다.)로 버텨보려 했습니다. 빠르게 흘러내리는 눈사태 잔해를 밟고 단단히 서서 눈보다 속도를 늦추면 그대로 눈 위에 남게 될 거란 생각이었죠.

상황이 계획대로 흘러가기 시작하자 저는 즉시 친구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저와 가장 가까이 서있던 친구는 다행히 아직 눈 위에 남아있었지만, 마치 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눈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에 활락 정지를 시도하는 걸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그녀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절반쯤 쓸려내려간 상태였죠. 다음으로 우리보다 30m쯤 뒤에 있던 다른 친구는 이미 눈에 묻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녀가 묻힌 지점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그녀의 신체 일부가 다시 눈 위로 떠오르기를 희망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저는 동시에 두 명의 친구를 눈으로 좇기 시작했고, 눈 위를 타고 내려오던 친구가 묻히게 될 경우의 대략적인 위치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미 묻힌 친구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그녀가 있던 위치에서부터 그곳의 눈이 멈춘 지점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사태 상단부분은 두 갈레로 나뉘어 내려와 하단에서 엉켜 파도와 같은 형상의 큰 터널을 형성했습니다. 친구는 그 아래에 묻혀있으리라 생각했고, 꽤나 깊이 묻혀있으리라 예상되었지만 그 깊이가 4m나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사건에 대한 더 자세한 경위는 로컬 캐내디안 락키스 백컨트리 스키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 게시했으며, 그립 매거진에 의해 기사화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 클릭.

저는 활락 정지를 처음 시도했던 지점에서부터 얼음 표면 아래로 200m를 미끄러져 내려와 몸의 일부가 매몰된 친구와 가까워졌습니다. 각자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한 후, 즉시 비콘을 사용해 눈사태가 형성된 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신체의 일부가 매몰된 친구의 상태는 꽤나 양호했지만, 여전히 다리가 눈 속에 파묻혀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리를 무사히 꺼낸 그녀를 뒤로하고 저는 빠르게 수색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진 비콘이 35m에서 20m로, 다시 12m를 가리키는 찰나, 친구의 비콘에 9m가 표시된다는 소리를 듣고 곧장 그녀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제가 가진 비콘은 이내 8m에서 6m로, 6m에서 4m를 가리킨 후, 다시 5-6m로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최소 수치가 읽히는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며 확인했지만, 숫자는 다시 커지기만 했죠. 4m가 최소 수치인 것을 확인하고 친구가 눈 속 4m 아래에나 묻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저는 2004년과 2006년에 AST-1 코스를 두 개나 수료했지만, 너무나도 오래된 일이라 관련 내용에 대한 기억이 크게 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깊이 묻힌 파트너를 구조하는 법을 배운 적은 더욱이 없었죠. 다행히 신식 비콘이 눈 속에 파묻힌 친구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수료했던 눈사태 교육에서는 구식 아날로그 비콘을 사용했었는데, 비콘이 내는 알림음에 의존해야만 하는 수색작업이 매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비효율적이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죠.

약 1년 전, 당시 설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저는 새로운 비콘을 구입했습니다. 2004년식 비콘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저를 신뢰하고 있는 파트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가지고 있던 TX600를 제가 기르는 개 트랑고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구식 비콘이 사용하던 457hz가 아닌 456hz를 사용하는 새로운 비콘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비콘이 분명했기 때문에 검색을 그리 오래 할 필요도 없었죠. 안테나가 세 개 달려있으면서 TX600와 호환하기 위해 주파수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비콘은 PIEPS Pro 비콘뿐이었습니다.

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사실 구조 작업의 초반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합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 못 하는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젠장, 4m라니. 우린 망했어.”라고 당황해 소리쳤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나네요. 어느 순간 파트너의 비콘이 3m를 가리켰고, 우리는 재빨리 삽과 장비를 꺼내 프로빙 작업을 수행한 후에 본격적인 작업의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습니다.

4m 수치는 비콘을 들고 서 있을 때의 수치가 아닙니다. 눈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비콘을 눈 위에 올려놓고 측정한 수치이죠. 빠르게 삽 하나 정도 깊이의 구멍을 판 후 재측정 하자 비콘은 3.8m를 가리켰습니다. 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배운 대로 착실히 이행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삽 하나 정도 깊이를 더 판 후 올라와 비콘을 바닥에 두고 재측정하자 기계에는 3.6m가 읽혔습니다. 방향을 올바르게 잡았다는 확신이 들자 본격적으로 구멍을 파기 시작했죠.

지점을 효과적으로 수색하기 위해서 약 1m 가량을 파내려 간 다음 친구가 있을 법한 구역으로 가로 1m 세로 2m를 지정했습니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했다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행동이죠. 사람을 찾기 위해 적절한 크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탐침으로 프로빙 작업을 다시 몇 차례 수행하던 중 물체에 닿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체가 매우 단단했기 때문에 지면이나 바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나 옷가지에 닿는 느낌은 좀 더 물컹한 쪽에 가깝다고 했던 교육 내용이 생각났지만, 이건 분명히 단단한 느낌이었죠. 친구를 찾은 것일지, 아니면 정말 그냥 지면일지 알 수 없었습니다.(나중에 단단한 물체의 정체는 친구가 매고 있던 가방과 타파웨어(플라스틱 용기) 뚜껑으로 밝혀졌습니다.)

초반 20분 동안은 최고 속력으로 무작정 땅을 파 내려갔습니다. 저는 심박측정기를 달고 있었는데, 초반 20분 동안 최대 심박치의 90% 이상을 기록했죠. 수색작업 내내 작은 삽을 가져온 것을 후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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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다이아몬드 삽 중에 가장 작은 삽을 구입했는데, 가장 중요한 필수 장비에서 무게를 줄인 멍청한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죠. 여분의 카메라 배터리와 촬영 장비를 더 중요시했던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후회할 시간조차 부족했죠. 무조건 구출에 성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스스로를 바로 세웠습니다.

묻힌 친구의 상태는 어땠나요?

눈에 묻힌 주황색 물체를 발견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마침내 발견한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상태가 걱정이었습니다. 살면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목격한 적은 많았지만, 제 친한 친구의 사고에 처음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죠. 그때 그녀의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살아있구나! 우리는 즉시 그녀의 호흡을 확보하고 그녀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방 주위의 눈을 제거했습니다.

그녀의 가방에서 인리치(inReach)를 꺼내 SOS 모드를 활성화시킨 후, 약 두 시간 정도에 걸쳐 그녀를 구덩이 밖으로 무사히 꺼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처음에 그녀의 머리 쪽은 눈 밖으로 나온 상태였지만, 허리 아랫부분과 그녀가 신고 있던 스키는 여전히 눈에 묻힌 상태였습니다. 그녀의 다리를 꺼내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1m를 더 파내야 했죠. 그녀가 신고 있던 스키 때문에 그녀의 얼굴과 어깨 쪽 공간을 확보한 후에도, 그녀를 온전히 꺼내기까지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우리가 세운 우선적인 목표는 그녀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먼저 확보한 후, 다음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명에서 한 사람을 구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죠.

이번 일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요?

  • 물론 깨달은 교훈이 몇 가지 있습니다.일기예보를 자세하게 살필 것. 눈사태에 휘말린 날, 저는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습니다. 확률 보통/확률 낮음/확률 낮음 표시만 보고 더 자세히 읽지 않았죠. 하지만 그날의 예보를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가 스키 여행을 떠난 지역에서 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눈사태는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자연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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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뉴스에서 보도된 세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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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다음날 보도된 눈사태에 대한 세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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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장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새로 산 비콘이 제 생각대로 작동해주어서 아주 다행이었죠. 제가 사용법을 몰랐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네요. 파트너의 장비에 대한 이해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기계를 자주, 그리고 잘 다루는 편인 저도 친구의 인리치(inReach)가 생각처럼 작동하지 않아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작동법이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 놓이니 쉬운 일도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운 좋게도 저와 함께 있던 친구가 장비 뒷면에 있던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SOS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었죠.

 

  • 과거에 저는 3m보다 깊이 묻힌 사람은 어차피 생존 가능성이 없으니 3m보다 긴 탐침을 구매하는 것은 낭비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이 말은 사실입니다. 2m 깊이에서의 생존율이 3%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눈사태 사건으로부터 이틀 후, 저는 320cm 길이의 탐침을 구매했습니다. 사진작가로써 저는 항상 DSLR 카메라와 여분의 렌즈 및 배터리를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며 정작 친구의 목숨을 구할 장비의 무게는 줄였던 것이죠. 뼈에 새긴 교훈으로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실수입니다.

 

  • 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큰 삽이 있긴 하지만, 보통 야외에서 잠을 자기 위해 눈 벽을 만드는 것과 같이 삽질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일 때만 큰 삽을 가져가곤 했습니다. 낮에 스키를 탈 때는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작은 삽을 가져갔었죠. 이제 다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조작업 중에 분명히 느낀 건데, 작은 삽으로 사람을 구조하느라 애쓰는 것보다 몇 그램 무거워진 짐을 드는 게 훨씬 낫더군요.

 

  •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파트너로 정하곤 하는데, 물론 아주 멋진 일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방금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눈사태 위험지역에 있고 싶지는 않네요. 저도 이번 경험을 통해 새로이 느끼게 된 점입니다. 이전에는 저도 산에 누구와 함께 가던 크게 개의치 않았었지만, 눈사태를 직접 경험하고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만약 상황이 바뀌어 제가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면 제 파트너가 오늘 아침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사람보다는 저를 구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친구이기를 더 바랄 것 같네요.

 

추가적으로 더 알아야 하는 점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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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 여러 눈사태 협회가 저에게 매몰된 친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눈사태의 흐름을 눈으로 좇는 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구조작업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에도 매몰된 친구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위치를 찾아 우왕좌왕 헤매는 일 없이 바로 구조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시작 1~2분 만에 그녀와 불과 10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할 수 있었죠.

2012년 캐나다 밴쿠버 주 프레이저(Fraser University)대학의 파스칼 헤가일(Pascal Haegel )교수는 눈사태 매몰 시간에 따른 캐나다 사람과 스위스 사람의 생존확률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그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매몰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눈사태에서의 생존확률이 극심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매몰자의 생존 여부가 첫 10-18분에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매몰자를 빠르게 찾기 위해 신식 비콘을 가지고 눈사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연재해지만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기예보를 세부사항까지 완벽하게 숙지했다면 눈사태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일기예보에서 확률 낮음/확률 낮음/확률 보통 표시를 다시 보게 되더라도 모든 것이 안전할 거라 단정 짓거나 눈사태 예보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또한 다음부터는 추가적인 통신장비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짧고 간단한 알파인 루트에는 약간 과한 조치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꼭 필요한 장비라고 생각합니다. 여분의 VHF 라디오나 그룹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위성 전화를 인리치(inReach)와 함께 준비하는 것을 권고 드립니다. 만약 매몰된 친구의 인리치를 확보할 수 없었다면 그날 우리는 길에서 추가적으로 몇 시간을 서성였어야 했을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구조자 또한 친구를 구하겠다는 마음에 급하게 일을 서두르다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번 경우에도 만약 구조자 중 한 명이 다쳤다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저 또한 상단에서 활락 정지에 성공했지만 슬로프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이것이 결국엔 매몰된 친구에게 더 가까워져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반대로 제가 다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죠.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구조자가 다치는 경우도 분명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구조자로써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부상의 위험에 처하는 것이 구조작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이죠.

결론

이번 사건은 눈사태가 멈춘 후 구조작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두 명의 건장한 구조자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를 구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죠. 저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발전된 모습으로 앞으로의 산악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밴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