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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NIE TROTTER: SPAIN 14 YEARS LATER – 스페인, 14년 만의 등반

14년이 지난 후, 블랙다이아몬드 앰배서더 소니 트로터가 스페인과 자기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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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s: Sonnie Trotter

March 2015

오늘은 휴식일입니다. 이런 스포츠 클라이밍 원정 시 꼭 필요로 하는 날이죠. 다행히도 어둡게 구름이 끼어있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캐나다 사람이어서 보통은 비가 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비가 왔으면 하고 바랐던 경우가 생각나진 않으나, 스페인의 이 석회암 루트에서 너무나 피부를 혹사하는 바람에 하루 이틀 정도 회복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가족과 저는 지금 스페인 북동부 지역으로 6 주일간의 등반 여행 중입니다. 이 원정은 제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고 대부분의 항공사가 제공하는 “2세 이하 무료” 프로그램을 꼭 활용하고자, 우리는 근 6개월 동안 이 모험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코르누델라’의 구불구불한 길에 있는 작고 조용한 숙소 하나를 가까스로 임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의 자갈 박힌 길을 통해 30년 이상 여러 나라에서 온 온갖 연령대의 클라이머가 주변의 수많은 암벽으로 갔습니다. 사방으로 한 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지역 내에 약 15,000개의 루트가 있고, 볼더링 할 곳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데다가, 연중 내내 등반할 수 있는 날씨이어서, 이곳은 정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매우 훌륭한 클라이밍 메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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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보드를 계속 두드리고 있는데, 아들 ‘타툼 (별명: happy-crazy man)은 침대에서 잘 자고 있고 와이프인 리디아는 조용히 요가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와 아들이 스페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저는 전에 여기 와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마을, 바로 이곳의 암벽으로 전에 마지막으로 온 것이 딱 14년 전입니다. 여드름 난 어린 청년이었던 제가 당시, 꼭 돌아오겠다고 맹세했었는데, 지금 저는 여기 오는 게 뭣 때문에 이다지도 늦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중 제가 이곳에 왔었더라면, 아마 인도, 호주, 멕시코 같은 곳으로 못 갔을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가씨와 결혼하여 와이프와 함께 이 귀여운 아들을 기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말 고맙게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제 내가 돌아왔고 우리가 다 함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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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산을 올라 암벽까지 오는 동안, 21살 젊은이로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고, 심지어 14년 전 그 7주간의 원정 중 우리가 들었던 노래들이 머릿속에서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에미넴이 “Hi, my name is…”를 노래하는 걸 처음 들은 것이 바로 그 때이었고, 듣기 지겨울 때까지 우리가 그 테이프를 틀고 또 틀고 또 틀었고, 그러고 나서도 다시 또 그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그 암벽에 이르자마자,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북미 클라이머가 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유타 및 콜로라도 그리고 또한 캐나다에서 온 친구들이었습니다. 등반 커뮤니티가 때로는 정말 너무나 작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놀라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등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 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늘 생기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옛 친구 중 일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귀국하면서, 함께 등반하고 또 더 깊은 인연으로 남을 새 친구들을 우리에게 소개 해준다는 겁니다. 이것은 클라이머의 삶에서 얻는 매직 서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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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루트 몇 개를 한 후, 좀 더 어려운 걸 해볼 때가 되었다고 맘먹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굉장히 클래식 스타일 라인인 Kale Borroka라는 5.14a (8b+) 루트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20년 전 칼레(Kale Borroka)가 볼트를 박고 등반한 곳입니다. 이 루트는 시우라나(Siurana)에서 가장 `두드러진 오버행 중의 하나 위에 가장 눈에 잘 뜨이는 라인을 따라 가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수준의 그레이드를 등반하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끝내야 하는 곳이죠.

처음에는, 그렇게 가파른 바위 위에 있는 것이 낯설었습니다. 아빠가 되면 더 이상 실내암장에서 등반한 시간이 거의 없기 마련이어서, 제 경우, 훈련이라곤 대개 집에 있는 행보드 매달리기 그리고 어쩌면 달리기 정도만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루트의 크럭스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동작이 되었고 핑거 보드 훈련이 도움이 됨이 증명되었습니다. 각 시퀀스의 세부 동작을 해결하는데 몇 번의 시도가 필요했지만, 첫 시도의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14년 전 제가 5.14의 세계로 이제 막 들어서고 있어, 5.14 몇 개를 등반하긴 했으나, 사실 굉장히 빨리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원정에서, “프로젝트”마다 여섯 번씩만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한 루트에 너무 감정적으로 집착하고 싶지 않았고, 그리하여 여섯 번 시도 후,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여하튼 여섯 번 이상 시도하며 오래 동안 어느 루트에 머무르려는 계획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프로젝트 등반 방식을 제한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 원정에서는 8b+를 등반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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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4년 후, 이제 둘째 날에, 칼레 보로카(Kale Borroka)로 돌아와 어렵사리 마지막 힘든 동작을 등반을 잘해내고 나서 그만 헤드월의 자그마한 크림프(crimp) 홀드에서 추락했습니다. 한참 쉬고 나서 그 40 m 피치를 도로 올라가 좀 더 큰 확신을 갖고 그 루트를 완등했습니다. 어렵다고 느끼던 루트를 완등하면 정말 기분이 좋기 마련이지만, 빨리 성공하면, 예기치 않은 깜짝 선물을 받은 듯이 정말 느낌이 기막힙니다.

바닥으로 내려지는 동안, 최근에 이런 감정을 얼마나 느껴보지 못했는가를 깨달았습니다. 처음 스포츠 클라이밍을 사랑하게 된 것은 십대 시절이었지만, 지난 10년 간 거의 해보지 않았습니다. 등반의 다른 분야에 너무나 많이 주력했기 때문이죠. 특히 신 루트를 찾고 개척하고 완성하는 일에 말입니다. 그래서 그저 다른 사람이 낸 루트에서 등반하고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얼마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닥으로 내려왔을 때 아내와 아들이 저에게 와서 키스를 해주었는데, 바로 그 순간, 삶에서 필요한 모든 걸 제가 가졌다고 느꼈습니다. 등반과 여행에 대한 저의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문제없이 병행하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잡힌 삶을 살아가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때론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제 삶의 방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Sonnie Tro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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