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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 핀들레이 일렉트릭 에비뉴 (ELECTRIC AVENUE) (5.13+R)

이 세계엔 클라이머라면 꼭 가봐야 하는 장소가 정말 많아요.”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헤이즐 핀들레이가 말합니다. 스웨덴 보후슬란에 끝내주는 화강암 암질의 등반지가 있다는 소식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최근이 돼서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죠. 친구이자 등반 파트너인 마들렌 코프와 함께 찾아간 스웨덴에는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콜렛 맥너니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보후슬란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인 일렉트릭 에비뉴 (Electric Avenue) (5.13+R)를 완등한 헤이즐 선수의 영상을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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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및 사진: 콜렛 맥너니

2008년에 호주 아라팔리스의 캠핑장(The Pines Campground)에서 3개월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 당시 19살이었던 저는 정말 거침이 없었죠. 숲속에 소파 몇 개와 난로를 방수포로 덮어서 우리만의 “궁전”을 만들어 생활했는데, 우리 머릿속엔 온통 클라이밍뿐이었어요.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꾀죄죄한 모습의 우리는 비슷한 느낌을 가진 두 명의 스웨덴 친구들과 친해졌습니다. 자신들이 피는 입담배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 이외에는 세상 태평했던 그들은 고향인 보후슬란의 등반지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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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화강암 절벽이 있어.” 그들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 어떤 루트와도 다른 특별함이 있는 루트야.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영국에 있는 그 어떤 사암 절벽들보다 더 멋있다고.”

이후로 스웨덴에서 등반하고 돌아온 여러 클라이머들을 만났는데,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도 직접 가서 확인해봐야 했지만 클라이머가 가야만 하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흐르고 말았죠. 게다가 스웨덴에는 항상 비가 자주 내려서 프랑스나 스페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어요. 친한 친구인 마들렌 코프가 저에게 가자고 부추겨서 실제로 계획을 짜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며칠은 지역을 탐사하며 오래된 고전 루트들을 등반했습니다. 봄기운이 남아있던 때라 바위의 대부분이 젖어있었는데,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의 풍경은 영국의 등반지와 비슷해서 친근감마저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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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일렉트릭 에비뉴였어요. 5.13급에 굉장히 무서운 루트인데 직접 가서 보니 홀드가 젖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들렌과 함께 동작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크럭스 구간이 긴 리치를 요하는 동작이었는데 짧은 사람을 위한 베타는 안타깝게도 손가락 부상인 마들렌이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다른 루트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일렉트릭 에비뉴는 저 혼자 도전하게 된 것이죠.

완등한 날 아침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를 등반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곧 날씨가 안 좋아질 거라는 예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등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날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날이었죠. 이럴 땐 제 경험상 무슨 일이 있어도 일단 짐을 챙겨서 등반지로 가기만 하면 되더군요. 일단 가기만 하면 모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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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 중 클라이머가 느끼는 가장 짜릿한 경험은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결국 완등했을 때입니다. 때문에 저의 일렉트릭 에비뉴 완등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등반이 될 것 같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헤이즐 핀들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