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헤이즐 파인드레이디 선수의 강한 정신력 키우기 파트 1 – 생각하지 않기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헤이즐 파인드레이디 선수는 위험천만한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입니다. 그녀는 엘캐피탄 자유등반하거나 고향인 영국에서 E9 트레드 클라이밍 루트를 완등하는 것처럼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강한 정신력을 요하는 등반에 남다른 재능을 보입니다. 최근 그녀는 클라이머들의 강한 정신력 키우기를 중점으로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파트에 걸쳐 파인드레이디 선수가 몸소 터득한 강한 정신력을 키우는 전략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번째는, 생각을 줄이고 자신의 신체를 믿는 것입니다.

 

story_divider

 

클라이밍은 굉장히 복잡한 스포츠입니다. 밀거나 당기고 배배 꼬기까지, 양팔 양다리가 동시에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기능해야 하죠.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 양팔 양다리를 의식적으로 한꺼번에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동작들이 몸에 기억되어 생각 없이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철학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신체가 무의식적인 동작에 책임이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물론 다른 크고 작은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동작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의 신체입니다. 우리는 길을 걸을 때 “오른발, 왼발”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걷는 것이죠. 클라이밍도 마찬가지입니다.

hazelfindlay.mentaltraining1.6정신 : 넌 왜 이렇게 클라이밍을 못하는 거니?   : 네가 나를 가만히 두질 않잖아!

 생각을 너무 많이 할 때 제 등반은 최악이 됩니다.

당신의 몸은 이미 등반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습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이라면, 곧 그 순간이 올 것이고요. 생각을 줄이는 것은 등반 실력뿐 아니라 습득 능력 또한 향상시킵니다. 그렇기에 “실패”나 “역경”이 중요한 것입니다. 특정 동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전에 해보지 못했던 동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보면서 신체는 지식을 습득하고 그에 따른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를 형성합니다.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다른 클라이머의 동작을 본 후 등반하면, 신체는 저절로 당신이 관찰한 것을 따라 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습득은 그 어떤 의식적인 습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빠른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 muscle memory: 어떤 기술이라도 무한한 반복 훈련을 통해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

 

등반에 관한 생각만 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왼발은 이렇게, 오른손은 여기에, 아냐 이게 아니야”처럼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면 오히려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춤을 배우는 아이를 떠올려 보세요. 아이가 폭스트롯 스텝을 익히기 위해서는 설명을 듣는 것보다 몸소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어보고, 다른 사람의 춤을 관찰하고 따라 해보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폭스트롯 스텝은 일반적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디스코 스텝보다 훨씬 간단하지만 동작을 머릿속으로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스텝을 설명으로 듣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춤춥니다. 그다음에는 동작을 계속 반복하여 스텝을 몸에 익히면서 다른 사람을 관찰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춤을 익힙니다.

hazelfindlay.mentaltraining1.2사진 : 스티븐

생각은 우리의 몸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때문에 집중을 방해합니다. 더군다나 근심 가득한 생각은 더 심하죠. 추락의 두려움이던 실패의 두려움이던 당신의 걱정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등반 및 습득 능력을 저하시키는 방해물일 뿐입니다. 조용하고 침착한 천재적인 신체가 자유로운 등반을 통해 발전하길 원하고 있는데, 옆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근심 걱정 가득한 정신이 “하지 마, 무섭잖아”라며 재잘대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널 보고 비웃을걸?”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 넌 아직 약해.”라고요.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생각을 줄이고 자신의 신체를 믿기

 

hazelfindlay.mentaltraining1.4그림 : 테사 라이언스

이때까지 다른 클라이머를 코칭 하면서 저만의 만트라(진언, 주문)를 가르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항상 되뇌는 주문 같은 말이 있는데 ‘생각하지 말자’입니다. 스스로가 생각이 많다고 판단되면 되뇝니다. “헤이즐, 생각 그만하고 네 몸을 믿어.”라고요. 그리고서 얼마 동안은 물 흐르듯 좋은 흐름으로 등반할 수 있지만, 잠시 휴식이라도 취하고 나면 다시 흐름이 깨지고 불안한 생각이 갑자기 피어오릅니다. “다음 구간은 너무 어려워 보이는데, 이젠 너무 지쳤어” 혹은 “저렇게 멋진 남자가 나를 지켜보네”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등반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생각 그만하고 몸을 믿자”라는 말을 짧게 나마 되뇜으로써, 한번 더 스스로를 믿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등반할 수 있습니다. 이 주문의 핵심은 ‘믿는다’라는 표현입니다. 등반이 잘 될 때는 모든 것이 쉽게 느껴지고 크게 노력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하지만, 떨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잠에 들려는 노력만큼이나 미미합니다(모든 것이 예상 안에서 컨트롤 되죠). 잠에 빠져들 때 생각하지 않고 몸의 흐름에 맡기는 것처럼, 등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을 그만하고 몸을 믿어라’라는 주문은 제가 마음만 먹으면 더 큰일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합니다.

 

“현재의 등반”에 집중하기 위한 5가지 테크닉

중요한가?

아래 소개될 다섯 가지 테크닉은 당신이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등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추락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며, 이때까지의 실패를 계속 떠올리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두려움인 것입니다. “현재의 등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섯 가지 오감 테크닉(호흡, 시각, 촉각, 후각, 청각 – 미각을 빼고 호흡을 더함)을 소개합니다. 이 중에 각자 개인에게 맞는 테크닉을 찾아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 호흡:
    호흡은 당신을 ‘현재’에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호흡은 지금 이 순간과 가장 밀접할 뿐 아니라 당신의 신체감각과도 큰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등반에 앞서 신체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호흡을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흡이 가쁘다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뜻입니다. 숨은 천천히 깊게 들이마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흡을 맞게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가 하네스에 꽉 눌릴 때까지 숨을 깊게 들이쉽니다.

 

  • 시각:
    어렵고 심리적으로 아찔한 루트를 등반하기 전, 바위 면에 1센티미터 크기의 작은 사각형을 상상하고 골똘히 바라보세요. 끝까지 응시하세요. 놓치기 쉬운 디테일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뒤에 경치를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은 일부로 보려고 하지 않으면 못 보고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자연을 느끼고 만끽하는 것이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져보세요. 루트를 완등 하느냐 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집니다.

 

  • 촉각:
    신체의 감각을 곤두세우세요. 홀드를 잡았을 때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해보세요. 손가락 어느 부위가 얼마만큼 걸리는지, 발 홀드는 디뎠을 때 어떤지 느껴보세요.

 

hazelfindlay.mentaltraining1.1사진 : 아담 데머트

  • 후각:
    이것은 당신의 후각 능력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히 평소에 코를 킁킁 거리며 주변의 냄새를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등반 전 주변의 냄새를 맡음으로써 현재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흡입제를 함께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 청각: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면 집중이 산만해진다는 이유로 많은 분들이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꺼려합니다. 저는 그래서 일부러 조용한 곳을 찾아가 명상하길 좋아하는데, 멀리서 차가 지나가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나무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까지, 그곳도 사실 그리 조용한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 가지 테크닉을 모두 시도해 보세요. 효과가 좋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다섯 가지 모두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 하여도, 이 글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미 산만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 등반 중 맑은 정신을 가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Hazel Findlay

 

원격 지도를 포함한 헤이즐 선수의 코칭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면 hazelfindlayclimbing.com 을 방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