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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관찰 : 헤이든 케네디의 클라이밍이란?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헤이든 케네디 선수는 익스트림 등산가였습니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지만, 파키스탄에서부터 파타고니아까지 그가 초등한 세계의 정상들은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있습니다. 아랫글에서는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헤이즐 핀드레이 선수가 독점으로 취재한 헤이든 케네디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역사적인 클라이머 헤이든 케네디가 생각하는 산이란 무엇인지 아래 글에서 확인하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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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 헤이든 케네디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더는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헤이든의 삶은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뒤돌아 보게 합니다. 클라이밍은 그에게 있어 전부였지만, 동시에 단지 한 부분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공포와 여러 장애물 및 위험과 싸우고 투쟁하며 자신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습니다. 그는 늘 자신의 영혼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어 했죠.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의 행복한 등반을 방해할 수 없었죠. 자신의 업적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2015년에 했던 아래 인터뷰는 저 혼자 보기엔 너무나도 아까웠습니다. 그를 직접 만나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추구했던 삶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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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든 케네디의 인터뷰

Q: 개인적으로 클라이밍에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주관적인 위험이고 다른 한 가지는 실질적인 위험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아, 두 가지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갑니다. 그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등반 중 스스로 떨어지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는 않지만 다칠 확률이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추락이 클 경우에는 미리 그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아주 정확한 표현인 것 같네요. 두 가지 상황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따른 접근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첫 번째 상황(주관적인 위험)을 항상 잘 대처할 수 있으신가요? 추락이 아무리 크더라도 겁먹지 않고 과감하게 동작을 시도하다 떨어지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테이크”을 받고 천천히 무브를 풀어나가나요? 

A: 가끔은 징징대고 가끔은 용기가 솟구치고 그래요. 하하! 그게 클라이밍의 매력이죠. 제가 매번 용감할 수 있다면, 그 특별함 또한 사라지는 것이니깐요.

Q: 위험한 등반을 앞두었을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A: 스포츠 루트이건 알파인 루트이건 간에, 큰 등반에 앞서 저는 항상 준비되었는지 스스로 묻습니다. 심하게 다칠 수도 있지만, 그런데도 준비가 되었는지 끊임없이 고뇌합니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어야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 올지라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등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평생을 이렇게 위험하게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순수하게 강렬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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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일반적으로 각각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A:극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취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필요합니다. 참된 동기부여가 없다면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내가 하려는 일을 나는 왜 해야만 하는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멋져 보이려고 하는 것인가? 그냥 도전하는 것이 즐거워서? 아니면 스스로의 자아 발전을 위함인가?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자기성찰의 과정 없이는 어떤 목표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위험한 등반의 꽃은 바로 이런 내적 갈등에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등반 중에는 어떤가요? 등반 중에(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내적 갈등을 하나요? 아니면 의식적으로 생각을 되려 안 하는 편인가요? 상황마다 다를까요?

A: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주 좋습니다. 가끔은 “진짜 공포”와 “가짜 공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큰 등반을 앞두고 사람은 온갖 안 좋은 상황들을 상상합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거에요.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진짜 공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그냥 느낌 같은 겁니다. 마음속 깊이 자리한 무언가 불편한 그 마음인데, 말로 설명하기 모호한 불안감 같은 것이죠.

Q: 부정적인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하나요? “절대로 안 될 것 같아” 혹은 “겁이 너무 난다”든지 “내 이두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홀드야” 등의 부정적인 생각이요.

A: 등반할 때는 그런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클라이밍은 즐기기 위함이니깐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생각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죠.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참된 동기부여가 없다면 다 부질없는 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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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루트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용감해지나요? 쉬운 그레이드의 루트를 할 때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등반하는 편인가요?

A: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가끔은 그레이드가 쉬운 루트가 되려 위험한 루트일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요세미티 노즈(Nose)의 5.10짜리 피치에서 크게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제가 100%로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루트의 난이도가 높거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등반에는 전력을 다하고 루트에만 전념합니다. 오히려 지대가 낮은곳의 바위들이 등반하기에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5.9급 루트도 위험할 수 있죠. 저에게 난이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클라이밍은 단지 클라이밍일 뿐이에요. 어느 날은 5.13급 트래드 루트를 온사이트 할 때도 있지만, 또 어느 날은 5.9짜리 슬랩에서 떨어지는 날도 있어요. 누가 알겠나요?

Q: 등반 시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조금 더 감정이나 본능에 충실한 편인가요?

A: 제 감정이나 본능이 항상 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머리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가슴에서 따라주지 않아 물러나야 했던 루트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상황에서 저는 제 감정에 더 충실한 것 같아요. 덕분에 이제껏 잘해왔는지도 모르죠.

Q: 스스로가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인지 아닌지 잘 구분할 수 있나요? 본인의 심리적 한계를 시험할 만한 루트를 자주 찾아 다니는 편인가요? 그렇다면 어떤 목적인지 알고 싶습니다. 자신의 용감함을 국제적으로 뽐내고 싶어서인가요? 아니면 단지 그런 위험을 즐기는 건가요?  

A: 저는 스포츠클라이밍처럼 순수하게 육체적 능력이나 동작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안전한” 등반을 진정으로 즐깁니다. 하지만 결국 그게 저를 완전한 클라이머로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심리적 한계를 시험할 만한 모험적인 루트를 시도하는 것은 그것이 클라이밍의 육체적인 요소를 훨씬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제가 등반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프로젝트 등반을 통해 고통이나 두려움을 이기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죠. 모험적인 등반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와 자연에 단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친구와 동떨어진 산이나 바위에 함께 있을 때 평상시보다 훨씬 그 교감이 증폭됩니다. 사람이 많은 등반지는 아주 지긋지긋해요. 서로 서로 헐뜯는 말만 늘어놓고, 그놈의 아이폰은 작작들 만져야죠! 요즘 극성인 소셜미디어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 더 이상 등반을 위한 등반은 없는 건가요? 꼭 그렇게 모든 것을 포스팅해야하나요? 저는 등반을 할 때는 편안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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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감이나 타인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가 등반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요? 예를 들어 등반지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등반을 지켜볼 때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걱정하는 편인가요?

A: 아니요.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잘하고 있건 못하고 있건 사람들이 쳐다보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등반은 항상 재밌는 놀이이고 즐길 수 있다는 자체로 행운이죠.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반하지는 않습니다.

Q: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낮은 그레이드라고 여겨지는 루트에서 떨어지는 게 신경 쓰이기도 하나요?

A: 전혀요.

Q: 무엇에서 동기부여를 받으시나요?

A: 제 의욕의 원천을 알고 싶다고요? 하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저와 모험을 함께 하는 친구, 좋은 음악 그리고 힘든 날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날들이 제 동기의 원천입니다. 삶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죠. 등반은 단지 삶의 일부분일 뿐이에요. 등반을 통해 배운 소중한 가치들을 제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적용하려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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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나 자주 목표를 설정하시나요?

A: 늘 목표를 정하고 살지는 않는 편이에요.

Q: 헤이든 선수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인가요? 등반지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화를 낸 적이 있나요?

A: 허구한 날 질질 짜는 편이에요… 하하!

Q: 아직 극복하지 못했지만 노력 중인 게 있다면요? 심리적인 약점도 있나요?

A: 손가락이 약해요. 손가락이 강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트레이닝을 짜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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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등반지에서 다른 클라이머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A: 그들의 아이폰이요.

Q: 자기 분석이나 트레이닝이 정말 도움이 될까요?

A: 트레이닝이 몇몇 클라이머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 레벨까지는 확실히 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정신을 훈련하는 건 또 다른 얘기죠.

Q: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신체와 함께 정신도 같이 훈련하지 않는 걸까요?

A: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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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플로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렇다면 스스로가 생각하는 플로우란 무엇인지, 우리 등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A: 플로우란 아주 특별한 것입니다. 저는 모든 기대를 버리고 등반에만 전념할 수 있을 때 플로우를 느껴요. 간단하지만 쉽지 않죠. 완등에만 신경이 쏠린 채 등반하면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이고, 오히려 저의 욕망이 제 발목을 잡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플로우는 우리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등반에만 전념할 때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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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진행자: 블랙 다이아몬드 소속 헤이즐 핀드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