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캅-대쉬 수상자 티노 비야누에바 & 앨런 루소의 히말라야 산맥 초등

블랙다이아몬드는 선수들이 한계를 시험하고 꿈을 향해 나아갈 있게 그들을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선수들이 목표를 성취하고 집에 돌아왔을 그들의 멋진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에도 열렬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쉬 인스파이어 어워드(Copp-Dash Inspire Award) 후원하는 또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대쉬 인스파이어 어워드는 2009 산에서 목숨을 잃은 전설적인 알파니스트 조니 캅과 미가 대쉬를 기리며 탄생한 상입니다.
그들의 비전은 상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IFMG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Mountain Guide Associations) 소속 가이드인 티노 비야누에바와 앨런 루소는 지난 10년간 등반을 함께 했고, 얼마 히말라야산맥으로의 탐험으로 -대쉬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히말라야는 언제나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초등만을 기다리는 봉우리가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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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에 저는 프랑스 샤모니에 거처를 두고 알프스 마운틴 가이드로 일했습니다. 문명이라고 불릴만한 것은 빙하와 고산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어리가 전부인 곳에서 제 턱수염도 길고 지저분하게 자라고 있었죠. 올해 초에 제 등반 파트너인 앨런 루소와 함께 캅-대쉬 인스파이어 어워드와 머그 스텀프 어워드(Mugs Stump Award, 또한 블랙다이아몬드가 후원)를 수상했다는 좋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가 거쳐 가야 하는 인도 잠무와 카슈미르 지역에 테러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고 로컬과 잘 섞이려고 일부러 수염을 길렀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는 먹힌 것 같네요.

 

tino1a완등 후 베이스캠프에 내려와 찍은 사진, 룬고파르카 봉우리는 사진에 보이는 세 개의 봉우리 중 가운데 위치함.
사진: 티노 비야누에바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문화 간의 교류가 잦은 곳이었습니다. 인도 북서부 라다크 지역의 레에 도착하자마자 약간의 티베트 문화도 엿볼 수 있었죠. 티베트식 불교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고속도로 위에 수도원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파키스탄 국경을 향해 서쪽으로 달리자 종교 양식은 불교에서 무슬림으로 바뀌었고, 워낙 사람이 없는 곳이라 지도에도 정보가 없는 지역이 많았습니다. 우리의 목표였던 해발 6,495m의 룬고파르카 봉우리 또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지역에 있었습니다.

 

tino2북쪽 페이스 구간의 도랑으로 가기 위해 눈길을 헤치며 등반하는 앨런.
열악한 날씨에 진행해야 했던 페이스 구간(AI5+ M5)의 첫 시도는 쉴 수 있는 레지 구간을 찾지 못해 중간 지점에서 중단되었습니다.
뭉친 종아리를 털만큼의 조그마한 레지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티노 비야누에바

2009년 IMF(India Mountaineering Foundation)는 100개 이상의 봉우리를 등산객들에게 공개했습니다. 각 산봉우리가 관광 및 등반에 적합한지 그 위험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여러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위해 많은 사람이 수년간 투쟁한 결과입니다. 룬고파르카 또한 IMF가 공개한 봉우리 중 하나였고 인터넷에서 찾은 몇 개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a) 경사가 심하고 테크니컬한 등반을 요할 것이라는 것, (b)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c) 난이도가 높을 것이고 정보가 없다는 것은 아직 초등자가 없다는 것.

 

tino3듬성듬성 구멍이 많고 꽃양배추같이 생긴 북쪽 페이스의 얼음 피치 구간.
사진: 티노 비야누에바

북쪽 페이스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페이스 구간은 얼음 도랑이 거미줄처럼 정상의 해드월까지 뻗어 있는 형태였습니다. 반대로 북쪽 능선 구간은 같은 해드월까지 수직의 계단이 일렬로 뻗어 있어 경사면을 보호하는 형태였습니다. 해드월 위로 세락(빙하의 흐름에 의해 생기는 탑 모양의 얼음덩어리.)이 달린 얼음 절벽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하강할 때 타려고 했던 절벽이었습니다. 양쪽 구간 중 하나라도 길이 있었다면 엄청난 루트가 탄생할 수도 있었을뿐더러, 그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tino4앨런이 능선 구간을 선등하고 있습니다. 바위와 빙벽이 섞여 있는 루트라 일반 암벽 장비 또한 많이 사용해야 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울트라 라이트 캐머롯 제품이 많은 양의 장비를 최대한 가볍게 가져갈 수 있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티노 비야누에바

장소에 익숙해지자 페이스 구간에서 시작 지점을 다시 정해 재정비한 후 능선 구간으로 향했습니다. 베이스캠프를 떠난 날은 9월 30일이었습니다. 10월 1일에는 능선을 확보하기까지 AI3 난이도의 눈 덮인 9개의 페이스 피치를 등반했습니다. 두드러진 콜(능선 위의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의 잘록한 부분)은 비박색을 설치할만한 충분한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다음 날엔 첫 크럭스 구간이었던 수백 미터 높이의 수직 벽을 등반했습니다.

우리의 끝내 주는 침실이었던 동굴을 소개하는 영상입니다. 이곳에서 등반 이틀째 밤을 보냈습니다.
영상: 티노 비야누에바

10월 2일에는 최고 M6 난이도의 10개 피치를 등반했습니다. 빌레이는 대체로 괜찮았지만, 장비가 썩 좋지 않았고 확보물을 설치할 수 있는 구간도 많지 않았습니다. 경사가 심해 빠르게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상단 구간도 이렇게 경사가 심했다면 아마 주어진 시간 안에 정상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해가 저물자 밤을 지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얼음 커튼 뒤에 가려진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수직 벽에서 찾은 동굴은 뜻밖의 횡재였습니다.

 

tino6a넓이 15센티미터짜리 오프위드 크랙은 가장 무서웠던 구간 중 하나입니다. 앨런이 짐을 버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등반해야 했던 구간입니다.
제가 손가락으로 살짝 밀자 40m 피치 구간에서 앨런의 유일했던 보호장비인 나이프 블레이드가 두 개나 떨어져 나갔습니다.
사진: 앨런 루소

10월 3일은 등반의 성패를 좌우하는 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남은 구간을 끝까지 올라가거나 하강을 시작하거나 선택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상단 구간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M4 정도의 난이도였죠. 그래도 15cm짜리 오프위드 크랙이나 M6 난이도의 손가락 크기의 수직 크랙과 같이 까다로운 구간은 남아있었습니다. 사실 이날에 관한 기억은 조금 희미합니다. 정상까지 그대로 20개 피치를 등반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산턱에 마지막 비박색을 설치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쉴 수 있는 레지 구간은 텐트의 절반 크기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앉은 자세로 밤을 지새워야 했고, 1000m 아래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밤새도록 텐트를 붙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tino7a티노가 마지막 피치를 선등하고 있습니다.
이위로 200미터만 더 가면 정상 능선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사진: 앨런 루소

10월 4일 아침, 정상까지 두 개의 어려운 피치를 추가로 등반했습니다. 마지막 피치에 들어서자 정상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60도 경사의 얼음벽을 200m 정도 등반하고 능선을 트래버스 하자 마침내 룬고파르카(VI M6 WI4+ 1200m)의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베이스캠프를 떠난 후 5일 동안, 총 50개의 피치를 등반했습니다.

 

tino8루트 개념도:사진에서 하강 루트가 조금 잘렸습니다.
조금 더 우측으로 하강하시면 됩니다.
사진: 티노 비야누에바

등반하면서 IMF가 제공했던 룬고파르카에 대한 정보가 조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우리 이름 및 해발 높이와 좌표가 실제 정보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델리로 복귀한 후 IMF 관계자를 만나서 묻자, 우리가 등반한 산의 이름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우리가 찍은 사진과 GPS 정보를 토대로 지도를 살펴봤지만, 여전히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인도의 많은 산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게 바로 탐험을 추구하는 알파인 등반의 묘미이죠.

 

-티노 비야누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