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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수, 샘 부앵의 이야기

블랙다이아몬드 소속선수 샘 부앵은 Chilam Balam (5.15a/b)과같은 5.15급 루트를 여러 차례 완등한 클라이머입니다.
파리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면서 휴가때마다 등반 여행을 떠나는 23살의 과묵한 프랑스인, 샘 부앵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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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및 사진 : 베르나르도 기메네즈

시우라나로 향하기 일주일전, 퍽 소리와 함께 찾아온 손가락 부상 때문에 샙 부앵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라 람블라 (9a+/5.15a)를 목표로 파리에서 훈련중, 손가락을 다쳐버렸네요. 크럭스 구간에 있는 크림프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라고 샘 부앵은 말했습니다.

그는 빠르게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스페인으로 가는 티켓을 취소하는 대신에 다른 목표를 찾기로 했고 크림프가 아닌 저그 홀드가 많은 산타리냐에 있는 거대한 동굴이 해답으로 떠올랐습니다. 저그요? 네 쉽죠, 50미터 높이의 ‘라 노베나 엔비엔다 (5.15a)’를 말하는겁니다.

보앵은 부상도 아랑곳 하지 않고 라 노베나 엔비엔다를 멋지게 완등했습니다.
그는 손가락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이번 등반의 진짜 크럭스였다는 말까지 남겼죠.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때나 손가락통증이 느껴질 때는 등반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루트가 저의 한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한채 등반 했다는 점에서 완등의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번 등반은 저에게 다음 단계로 성장할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앵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의 인생과 손가락 부상 회복 후 그가 도전할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서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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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클라이밍 경력을 알고싶습니다.

11년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고향이 어디세요?

프랑스 가장 남쪽 지역 출신입니다. 바위하기 적합한 곳이였어요. 주변에 베르동 협곡, 니스, 비욱스, 몽방투, 뮬랑, 따른 협곡과 같은 등반지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희 어머니는 만능 스포츠인이셨어요. 자전거, 달리기, 등산, 카약, 클라이밍 안하신게 없었죠.
모든스포츠를 다 잘 하신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실력이 있는 편이었어요. 어머니는 저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고 그 중에서 클라이밍이 저를 사로잡았죠.
그렇게 11년전 어머니와 함께 클라이밍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우리는 프랑스 남동쪽에 있는 등반지에서 활동하며 클라이머로써 함께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와 함께 등반하시나요?

물론이죠. 아직 정정하실 뿐더러 좋아하는 바위 종류도 비슷해서 잘 맞는거 같아요. 우리는 시간이 날때마다 여행을 하거나 프랑스에서 운동하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네 알아요. 사실 웃긴 이야기죠. 저는 젊고 클라이밍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역시 저와 함께 실력이 늘었으며 현재 48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 처음으로 베르동 협곡에서 8a+급 루트도 완등했습니다. 저한테는 아주 좋은 클라이밍 파트너이신거죠.

어머니가 그렇게 뛰어난 클라이머라고요?!

그레이드를 이야기하자면, 어머니는 8a나 8a+급 루트를 여러개 완등하셨습니다. 네 맞아요.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분이죠. 제 생각에 향후 몇년간 실력이 더 좋아지실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최대 약점은 신체적인것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입니다. 이제 클라이밍이 어떤건지 깨닫기 시작하신거 같아요. 물론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저는 어머니가 더 강해지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고향에 있다던 등반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베르동 협곡과 뮬랑을 가장 좋아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쉬운 루트밖에 못하는 날이여도, 그곳에선 왠지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제가 등반을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에게 좋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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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로 활동하는 등반지는 어디인가요?

지금은 특별히 자주가는 장소가 있지는 않아요. 매년 9월부터 1월말까지는 파리에서 일하며 주말엔 햇살 가득한 프랑스 남부로 놀러가곤 합니다. 나머지 2월부터 8월까지는 자유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어디든 그때그때 제가 등반하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가는 편이에요.

체육 교사라고 들었는데, 전공이 무엇인가요?

모든 스포츠요!!! 프랑스에서 중고등학교 체육교사라 하면, 핸드볼, 달리기, 춤, 체조, 유도, 서커스, 카약, 수영 그리고 그 외 모든 스포츠를 가르칠 줄 알아야 합니다.

일과 클라이밍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일단은 시간 나는 대로 운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일하기 전이나 후에 운동하는데, 이때는 등반은 하지 못하고 트레이닝 위주로 해요. 프로젝트 등반은 거의 못하는 편이구요. 6개월의 휴가 기간동안 여유시간이 더 나면, 그땐 제가 목표로 했던 진짜 프로젝트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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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완등한 루트를 난이도가 높은순으로 다섯개만 말해주시겠어요?

레드포인트로 위에서부터, Chilam Balam 9a+/b, Kmira 9a+ (FA), L’homme demain 9a/+ (FA), Tierra negra 9a/+ 그리고 Mangarbo 9a/+ (FA) 입니다.

스스로를 지구력이 좋은 클라이머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지구력이 꽤 좋은 편이에요. 일단 동작을 다 풀고나면, 지구력이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할때는 있어요.

그때는 볼더링 같은 루트를 찾아서 훈련합니다.

저는 볼더링 같이 짧지만 힘을 많이쓰는 루트, 길고 펌핑오는 루트 둘다 구분없이 좋아합니다. 또한 인공홀드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홀드를 선호하기에 아름다운 루트를 찾아 최대한 밖으로 나가려 노력합니다.

베르동 협곡에 프로젝트(위 영상 참조)가 있다고 하시던데, 그거에 관에 이야기 해주세요.

La Rage d’Adam라는 루트인데 “아담의 분노”라는 뜻인데, 사실 프랑스어로는 말장난이에요. Adam(아담)과 “la dent”라는 두 단어가 프랑스어로는 발음이 비슷하고 “la rage de dent”는 치통을 뜻하거든요. 또 아담 온드라가 등반 할 때 마치 그 안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 같기 때문에 루트 이름이 La Rage d’Adam이 된 것이죠.

2015년 여름, 온드라가 Ramirole를 목표로 베르동 협곡에 방문했을 때 실제로 시도하기도 했던 루트에요.

당시 저는 이 루트가 9a+정도라고 추측했고, 아담이 이틀정도 시도하면 완등할수 있을거라고 말했으나 예상보다 동작이 어려웠습니다. 그가 실제로 시도 후 9b+정도 되는 루트일 거 같다고 말했고, 이틀로는 부족할것이라 결론내렸습니다.

다른 난이도 높은 루트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La Rage d’Adam는 비교적 짧고 볼더링 같은 루트입니다. 어려운 구간은 20미터 정도쯤 올라가면 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끝은 아닙니다. 제 스타일과 정반대되는 루트에요. 지구력보다는 폭발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이 루트를 시도하면서 많이 배운거 같아요. 더 빠르고 힘있게 등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완등했던 그 어떤 루트보다 어려운거 같아요.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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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어떤 루트들을 도전해보실건가요? 라 듀라듀라인가요? 아니면 체인지인가요? 지금 하고 계신 루트들은 본인에게 쉬워보입니다!

네, 스스로를 시험하고 싶습니다. 올 여름은 노르웨이 플라탱거에서 온드라가 초등한 Move (9b/9b+)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제가 완등했던 모든 루트들보다도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저에게 큰 도전일거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루트가 있기 때문에, 완등을 못하고 집에 돌아왔을때의 손실이 조금 큰 편이지만 더 높은 그레이드의 루트를 시도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라 듀라듀라랑 체인지요? 현재로서는 저에겐 너무 어려운 루트들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제 시작입니다. 몇 년후에 다시 이야기해보죠.

한쪽 신발만 신고 La Salida del Sol (5.14c)를 완등하신 영상을 봤습니다. 다른 루트도 이렇게 시도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쉬운 루트만 있다면 물론이죠:)

마침내 스페인에 오셨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큰 계획은 없어요. 현재 카탈루냐 테라데트에 Definition de Resistencia Démocrata와 산탸 리냐의 Ciudad de Dos라는 두개의 루트를 시도중입니다.

두개 루트의 난이도는 어떻게 되나요?

각각 9a (5.14d)와 9a/+ (5.14d/15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