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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밥시 장걸, 야코포 라쳐의 더 노즈(THE NOSE (VI 5.14A)) 자유등반

지난 2019년 11 23, 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밥시 장걸, 야코포 라쳐 선수가 노즈(The Nose (VI 5.14a) 자유등반으로 오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업적으로는 등반 역사에서 각각 8,9번째를 기록한 셈인데요. 밥시 선수에게는 5번째, 야코포 선수에게는 4번째 엘캡 자유등반 루트였던 노즈의 완등으로 둘은 거벽계의 명실 상부한파워 커플로써 다시 한번 입지를 굳건하게 다졌습니다. 아래 블랙다이아몬드에서 독점 취재한 그들의 인터뷰를 만나보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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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다이아몬드 후원 선수 밥시 장걸, 야코포 라쳐 선수가 최근 엘캡의 루트를 또 한번 오르면서 자타 공인 최고의 거벽 자유등반 팀이라는 타이틀은 건재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이번에 그들이 오른 루트는 엘캡의 더 노즈인데, 두 선수 각각 8,9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더 노즈는 1993년 살아있는 전설 린 힐에 의해 처음으로 자유등반 된 후 지금까지 가장 상징적이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거벽 자유등반 루트로 알려져 왔습니다. 수년의 세월 동안 체인징 코너(Changing Corners)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크럭스 피치는 쉽게 클라이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는데, 텅 빈 코너를 풀어낸 린 힐의 베타가 너무나도 복잡하고 모호해서 체인징 코너는 “후디니 피치”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죠.
*해리 후디니: 세계적인 헝가리계 미국인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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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알렉산드라 에그몬트, 니나 카프레즈, 야코포 라쳐, 밥시 장걸

하지만 밥시나 야코포 선수처럼 강하면 크럭스 구간을 그냥 레이백으로 지나가도 되는가 보네요!

“끝까지 레이백으로 밀고 나가는 게 저희에게 맞는 좋은 베타 같았어요.” 밥시가 말합니다.

물론 그녀도 인정하는군요.

“체인징 코너는 지금껏 등반해본 최강의 레이백 피치였어요.”

우리는 밥시, 야코포 선수를 만나 더 노즈의 역사적인 등반과 파워 커플의 다음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A: 

더 노즈를 등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밥시:

더 노즈는 저에게 항상 꿈같은 존재였어요. 정말로 역사가 깊은 루트잖아요. 린 힐의 자서전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엘캡의 중심부를 그대로 관통하는 이 매혹적인 루트에 사로잡히고 말았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시도해보고 싶었던 루트에요. 콜린 포윅(블랙다이아몬드 클라이밍 카테고리 디렉터)이 매일 같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등반 시작 전에 저를 웃게 만드는 메시지를 받으니 용기가 불끈 솟아서 완등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콜린 포윅!

 

야코포:

밥시와 저 둘 다 먼저 루트가 가진 역사에 매료된 것 같아요. 자유등반의 시작을 알린 루트였잖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엘캡에 사람이 많아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계속 날짜를 미뤘던 것 같아요.

콜린 포윅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죠.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수천 킬로 떨어져 있는 콜린과 함께 등반하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응원 고마워요 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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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했던 엘캡의 다른 루트와 비교했을 때 더 노즈는 어떻게 다른가요?

밥시:

더 노즈를 다른 루트와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더 노즈에서는 어려운 피치가 두 개 있었는데, 매직 머시룸(Magic Mushroom)의 경우에는 어려운 피치가 15개나 되었으니깐요. 물론 크럭스 구간인 더 그레이트 루프와 체인징 코너가 정말 말도 못 하게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체인징 코너가 그레이트 루프(The Great Roof)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두 크럭스 피치 모두 정말 불안한 구간이었어요. 발이 언제 미끄러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등반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았죠.

야코포:

더 노즈는 체인징 코너와 그레이트 루프 딱 두 피치가 전부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매직 머시룸에서는 5.13 – 5.14 정도 난이도인 피치가 15개 정도 있었는데, 저한테는 그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조디악(Zodiac)도 마찬가지고요.

더 노즈의 두 크럭스 피치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특히나 체인징 코너는 모든 게 불안해서 맞는 베타를 찾는 게 정말로 까다로웠죠.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100%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동작이 한 개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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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의 연습은 아래서부터 했나요?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했나요?

밥시:

처음 더 노즈를 시도한 건 2018년 가을이었어요. 처음에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연습했지만, 등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두 번째 피치에서 4시간씩 기다려야만 했죠. 시작이 썩 좋진 않았어요! 씨클 레지(Sickle Ledge)까지 가서 포탈렛지를 설치했는데, 예정보다 하루가 늦어진 상황이었죠. 다음날 그레이트 루프를 조금 연습한 다음 내려와야 했어요. 어려운 피치들을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다음부터는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시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폭풍우가 한번 지나가고 엘캡이 거의 다 젖어버렸지만 체인징 코너는 꽤 빠르게 마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3일 동안 위에 있으면서 크럭스 구간을 연습했죠. 첫날에는 너무 많이 젖어 있어서 레이백 동작을 조금 연습해보긴 했지만 코너에 설치된 핀 스카(pin-scar)를 사용하지는 않았어요. 첫날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레이백 동작들이 두 번째 날에 물이 마르면서 점점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피치 끝까지 레이백으로 밀고 나가는 게 맞는 베타라는 생각도 하게 됐죠.

그리고 나서는 눈보라가 한 번 더 몰아쳤고 시즌이 끝났음을 알렸어요. 2019년 봄에 다시 돌아왔지만 그레이트 루트가 이끼로 뒤덮여있어서 시도를 전혀 할 수 없었죠.

마침내 올가을 운이 따라줬어요. 먼저 3일 동안 체인징 코너와 그레이트 루프를 연습하기 위해 위에서부터 하강했고, 연습을 마치자마자 바로 밑에서부터 등반을 시작해서 완등할 수 있었습니다.

팀의 등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어려운 피치는 두 분 다 선등을 한다던데, 더 어려운 길 아닌가요?

밥시:

저희의 스타일은 항상 똑같아요. 쉽게 느껴지거나 온사이트가 가능한 피치면 선등을 할 수도 있고 뒤에서 따라갈 때도 있고 탑 로프를 하기도 하고 그냥 자유롭게 등반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엘캡에서 5.12급 이상인 피치는 무조건 둘 다 선등을 했어요. 물론 이렇게 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긴 하죠. 선등을 한 다음에 빌레이를 보기 위해 다시 내려가야 하니깐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방법이고 더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하면 정말 등반을 성취하는 느낌이라 좋아요. 또 이 방법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죠. 어떤 피치가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런 피치야말로 선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도전이니깐요.

유명한 트래드 루트인 더 노즈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데요. 어떻게 그 많은 인파를 뚫고 피치를 연습할 수 있었을까요?

밥시:

몇 년 전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루트인데 자유등반으로 오르기엔 꽤나 복잡한 루트에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등반지인 엘캡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거든요. 매년 대략 600명의 클라이머들이 노즈를 시도하는데 대부분이 인공등반이라 장비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죠. 예전에 엘캡에 왔을 때 한번 보고 계획을 바꿔서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루트를 시도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끝에는 사람이 붐비는 기간을 피해서 시즌이 끝나갈 때쯤에 와보기로 결정했어요. 11월 중반에는 날씨가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게 유일한 변수였죠. 작년에는 11월 둘째 주부터 눈보라가 몰아쳐서 제대로 된 시도를 해보기도 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올봄에 다시 와봤지만 그레이트 루프가 젖어있어서 가을로 미룰 수밖에 없었어요.

 

야코포:

그래서 계속 미뤄왔던 거예요. 그렇게 멋진 라인을 사람들이 가만 놔둘 거라고 생각하면 순진한 거 아닐까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시즌 막바지에 가보자는 “도박적인” 수를 던진 거죠.

물론 그래도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가끔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저희만 기다리는 게 아니니깐요. 등반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았어요. 클라이밍이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빌레이를 서로 봐주기도 하고 삶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거벽 등반보다는 “사교적이었던”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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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체인징 코너 (5.14a)는 어느 정도로 어려웠나요? 그동안 수많은 클라이머들을 울린 피치잖아요.

밥시:

사람을 좌절시키는 피치에요. 동작이 너무나도 불안해서 어느 순간에 발이 미끄러질지 모르거든요. 한번 떨어질 때마다 부담은 더 커지고요. 긴장을 낮추고 등반을 즐기는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고 다음 동작 하나만을 생각하는 거죠. 발을 정확하게 디디려고 노력하면서요!

 

야코포:

일단 탑 로핑으로 한 번 성공했던 피치이고, 3일 치의 식량이 여분으로 있다는 사실이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어요. 하지만 모든 게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죠. 발홀드가 너무 안 좋아서 발이 언제 미끄러질지 알 수 없었어요. 성공의 비결은 결과를 생각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등반과 다음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레이트 루프(5.13C)는요?
밥시:

그레이트 루프의 발홀드 또한 장난이 아니었어요. 비교적 쉬운 편인 첫 번째 구간도 몸의 텐션이 꽤나 많이 필요했죠.

루프 구간에서는 미끄러운 발홀드에서 안 좋은 언더 홀드를 잡고 몸의 텐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어요. 힘을 아끼면서 가는 것 또한 중요했죠.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레이트 루프보다는 체인징 코너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체인징 코너는 지금껏 등반해본 최강의 레이백 피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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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시 선수, 혹시 야코포 선수가 어려운 피치를 먼저 등반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그를 기다리며 일부러 실패하면서 배려해준 건가요?

밥시:

하하하하하!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냥 제가 약했어요.

야코포가 힘이 더 좋아서 그가 등반하면 쉽게 등반하는 것처럼 보여요.  저는 야코포를 따라가기 벅찼어요.

완등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밥시:

일단 날씨가 따라주어서 다행이었어요. 올해 마지막 기회였거든요. 마지막 이틀 동안에 벌써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었는데, 완등 직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죠. 시즌 막바지의 막바지라 다들 이미 완등하거나 포기하고 집에 가버려서 벽에는 저희 둘뿐이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루트를 등반할 때는 두 명이 동시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을 쉽게 하지 못하거든요! 서로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거죠. 결국 둘 다 성공했을 때 더 이상의 “해피 엔딩”을 바랄 수 없이 기뻤어요.

린 힐 이후로 여성 클라이머로써는 두 번째인데요. 이것이 밥시 선수 개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밥시:

사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믿기지 않아요. 린 힐은 저의 영웅이거든요. 린 힐의 더 노즈 등반 영상을 보면 정말 쉽고 부드럽게 등반하는데, 절대 그렇게 할 수 있는 루트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 시절 린 힐의 등반은 클라이밍의 역사를 바꿔놓았다고 볼 수 있어요.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손가락이 작기 때문에 이 루트를 완등할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그녀가 그냥 강한 거죠.

저는 항상 린 힐의 등반을 우러러봤어요. 린 힐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건 저에겐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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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지막으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밥시:
콜린 포윅이 정해준 목표가 있어요. 프리라이더(Freerider)를 온사이트로 등반하는 거예요!! 야코포는 지금 처음 듣는 얘기일 건데 하하,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래야죠!

몬스터(Monster)를 온사이트 하는 것도 꽤나 큰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만 해도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야코포:

정말로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저는 다이히드럴 월(Dihedral Wall (VI5.14a),)을 하고 싶기는 한데, 프리라이더(Freerider (VI 5.13a))의 온사이트도 좋은 목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