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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스키

스키란 스스로를 표현하는 행위이다. 핀란드 출신의 블랙다이아몬드 소속 안테 라우하마(Antte Lauhamaa )선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텔레마크 스킹으로 수많은 산을 누비고 다니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개척해왔습니다. 마침내 그의 열정은 그를 노르웨이 북쪽 섬의 야생으로 이끌었습니다. 라우하마 선수와 동료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가의 가파른 절벽으로 스키 탐험을 떠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영상과 글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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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육지에 가까워질수록 해안가의 산들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오팔(Opal)”이라는 이름의 아이슬란드식 스쿠너선(돛대가 두 개 이상인 범선)이 조용히 물살을 가르며 협곡으로 들어섭니다. 갑판엔 준비를 마친 동료들이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죠. 미리 구글 어스에서 봐두었던 장소에 상륙해야만 했습니다. 유일한 입구인 협곡을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크베난겐(Kvaenangen)의 정상

노르웨이 북단의 핀마르크주 근처의 섬들은 스키어들에게 보물섬 같은 곳입니다. 배를 타야지만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인데, 더군다나 바다가 북극해이기 때문에 큰 범선이 있어야만 합니다. 전기 동력과 비상시에 운용되는 디젤 엔진까지 갖춘 오팔은 사람이 살지 않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기에 적격이었습니다.

antte.9사진: 미카 메리칸토

우리의 여정은 린겐(Lyngen) 지역의 링세이뎃(Lyngseidet)에서 시작했습니다. 북쪽으로 항해하면서 스키에 적합한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제가 항상 꿈꿔왔던 일이었죠. 린겐에서 1988년도부터 스키를 타온 저에게도 해안산맥이 있는 북쪽 섬으로 갈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가장 큰 적은 바로 날씨였습니다. 시작부터 몰아친 강력한 폭풍우가 눈사태를 일으켰고, 트롬쇠로 가는 간선도로에 있던 차량 세대를 삼켜버렸죠. 폭풍이 그치자 눈이 미친 듯이 내렸고, 덕분에 저희는 코피오르의 자작나무 숲에서 허리까지 쌓인 눈을 스키로 헤치며 나아가야만 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스키 협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탐험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난장판이 날씨

antte.1사진: 미카 메리칸토

여행 계획을 짤 때는 늘 완벽한 날씨 조건 아래 멋지게 활강하는 자신을 상상하곤 하죠. 하지만 실제론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그 어느 때보다 폭풍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아요. 1월은 특히나 따뜻했습니다. 기온은 영상 5도에서 영하 30도까지 들쑥날쑥했고요. 일기예보는 주말에 날씨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 또한 모를 일이었죠.

 

조용히 잠든 마을로의 여행

antte.4사진: 미카 메리칸토

Skjervöy에서 잠깐 배를 정비한 후, 우리는 동쪽의 작은 마을 레인피오르드(Reinfjord)로 향했습니다. 마을엔 오직 8명만이 살고 있었으며 Skjervöy에서 일주일에 한번 오는 쾌속정이 이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우리는 한때 어선의 왕래가 있었던 오래된 항구에 배를 정박 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키를 탈 수 있었습니다. 거리 전체가 깨끗한 눈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가 스키를 타자 발코니에서 한 노부부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들은 최근 폭풍 때문에 쾌속정이 움직일 수 없어 지난 2주간 어떤 교통수단도 이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레인피오르드를 고른 이유는 이렇게 험난한 환경 속에서 가능한 활동의 선택지가 많은 곳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가 찾던 그 장소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몇 주 동안 매일 스키를 타도 매번 새로운 슬로프를 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의 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마을 남쪽에 있는 그다지 높지 않은 Boazovuoncahca를 등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상에 다다르자 날씨가 맑아졌고 주변 풍경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들어오며 봤던 산의 서쪽 면을 타고 해안까지 흐르는 협곡이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로프를 매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중에 한 구간이 스키를 타기에 적합해 보였습니다.

antte.7사진: 미카 메리칸토

직접 가서 보니 협곡은 수직에 가깝게 가파른 경사면이 500미터가량 뻗어있는 형태였습니다. 우리 얼굴엔 미소가 피어올랐죠. 다시 배로 돌아왔을 때 해는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의 계획을 짜야 했죠. 피오르드의 끝부분까지 어떻게 생겼나 조금 더 보고 싶었던 우리는 저녁에 배를 타고 나갔습니다.

 

마침내 찾아온 기회

다음날 날씨는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동쪽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은 눈을 펑펑 쏟았죠. 레인피오르드에서 두 시간이나 떨어진 Jökelfjord의 오래된 항구에서 정박 중이었는데, 스키는 턱도 없는 날씨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피오르드의 반대쪽에 가서 눈사태 여부를 조사하는데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antte.3사진: 미카 메리칸토

사실 이 협곡은 우리가 Aibmadasgaisa에서 Jökelfjord로 가는 길에 지나쳤던 곳입니다. 집에서 구글 어스로 지역을 관찰하며 점찍어놨던 곳이기도 하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하루를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난 폭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듯해 보이는 이곳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마침내 우리는 장비를 고무보트에 싣고 해변을 향해 노를 저었습니다.

antte.10사진: 미코 람피넨

협곡은 꽤나 접근성이 좋았고 안전했습니다. 협곡을 거슬러 오르며 눈을 조사했는데 역시나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은 눈이었습니다. 상단에 얼음이 약간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고운 눈이 거의 모든 구간에 걸쳐 쌓여있었습니다.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스키 중에서도 으뜸이었어요! 눈부신 햇살 아래 턴을 그리며 하강하니 아래에선 범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협곡에서 스키를 탄 건 우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를 안전하게 이곳으로 데려다준 “친구”의 이름을 따서 협곡에 “오팔”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antte.8사진: 미카 메리칸토

도움 주신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와 백컨츄리 가이딩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