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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다루기: 초크백을 하네스에 직접 연결하면?

초크 백을 하네스에 차는 것도 꽤나 괜찮은 생각 같지 않나요? 그럼 초크백에 벨트는 있는 가요? 이번엔 클라이머들이 초크백을 매는 여러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각각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중에 가장 나은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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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크백에는 왜 항상 벨트가 달려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물론 같이 쓰라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쵸크백을 구입하자마자 벨트를 제거하는 클라이머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들은 이쁘고 깜찍하며 길이 또한 조절되는 벨트를 대신해 카라비너를 사용합니다.

clippingbag.6사진: 앤디

네, 사실 클라이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비너를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해요.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죠. 일단 멋지잖아요. 영화 “클리프 행어”에서 실베스터 스탤론도 썼다고요. 클라이머는 일단 비너를 손에 쥐면 무언가에 걸어야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클라이머의 백팩은 이내 신발, 헬멧, 열쇠 또는 물병과 같은 물건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되죠. 초크백도 예외는 아닙니다. 클라이머가 초크백에 비너를 거는 속도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쏜 총알보다 빠르답니다.

근처 암장만 가도 이런 현상은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클라이머의 초크백이 허리에서 이상하리만큼 낮게 달려있다? 아마도 카라비너로 초크백을 하네스에 연결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클라이밍 카테고리 디렉터이자 장비 마스터인 콜린 포윅은 이따금씩 아침에 암장에서 돌아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초크백 끈을 쓰지 않으면서 필요 이상으로 일을 어렵게 만든다고 푸념합니다.

“신세대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유행인가 봐요.” 포윅이 말합니다. “보통 화요일이나 목요일 아침에 암장을 가면 초크백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하네스에 연결하는 클라이머들을 종종 봅니다. 비너를 한 개 쓰는 사람도 있고, 두 개를 하네스에 거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죠.”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아무리 오래된 경력의 베타랑 클라이머도 기억의 고리를 따라 그가 등반을 처음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의 첫 비너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처음 산 초크백에 걸었으리란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그래서 이번 “장비 다루기”에서는 초크백을 매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입니다.

첫 번째는?

기어 루프에 오발 카라비너 두 개 연결 – 가장 일반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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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아니고 두 개입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보통 초크백에 고리가 두 개 있고, 하네스에도 고리가 두 개 있으니깐요.

초크백 고리와 하네스의 기어 루프에 비너를 하나씩 거는 것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게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오발 비너는 약 62g 정도의 무게로 그렇게 가벼운 편은 아닙니다. 게다가 그게 두 배가 되면 124g이나 되죠. 이것은 #1 캐머롯 한 개와 맞먹는 무게입니다. 반면 블랙다이아몬드 초크백의 벨트는 22g으로 매우 가볍습니다. 오발 비너를 두 개나 거는 것이 다섯 배 더 무거운 것이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홀 루프에 오발 카라비너 한 개 연결

자, 이제 길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초크백과 몸 사이의 최적 거리는 인체 공학적인 측면에서 상반신 길이, 팔 길이, 어깨와 팔꿈치의 회전 정도와 같은 많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초크백이 하네스의 벨트 근처에 위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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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위해 먼저 오발 카라비너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인 모멘텀 하네스모조 초을 사용했고 두 제품을 오발 카라비너로 연결했습니다. 암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법이죠.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초크가 담겨 있는 초크백의 아랫부분이 하네스 허리끈에서 약 27c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5cm 길이의 홀 루프와 11cm 길이의 오발 비너가 더해져 16cm가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죠. 벽의 경사가 심해질수록 등 뒤에 매달린 초크백은 갈대처럼 흔들리게 되고, 클라이머는 움직이는 초크백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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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도 마찬가지로 다가올 크럭스 구간을 통과하기 위한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한 조건은 아닌 것 같군요.

홀 루프에 와이어 게이트 카라비너 한 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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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 비너와는 사촌 뻘이지만 조금 더 진화한 핫와이어 비너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핫 와이어 비너의 장점은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진다는 것인데요. 43g으로 오발 비너보다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단점은 핫와이어 또한 마찬가지로 여전히 10cm라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길이가 길어짐에 따른 단점들은 그대로라는 것이죠. 고작 10cm가 등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느냐고요? 아주 큰 영향입니다. 프로젝트를 등반하는데 다음 홀드를 향해 절망적으로 손을 뻗는 순간의 10cm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 방법 또한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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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루프에 “등반 용이 아닌” 비너 연결

점점 더 나아지고 있군요. 등반 용이 아닌 액세서리인 블랙다이아몬드 자이브와이어 비너를 사용한다면 길이와 무게를 한꺼번에 대폭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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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10g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초크백의 끈보다 더 가벼워지는 것이죠. 비너의 크기 또한 2.5cm 가량 작아졌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초크백이 허리의 하네스에서 25cm 가량 떨어지게 되지만, 여전히 홀 루프 길이와 비너의 길이를 합친 7cm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버행 구간에서 초크백은 여전히 흔들릴 것입니다. 또한 등반 용이 아닌 액세서리를 등반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 사용하지 않기를 권고 드립니다.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니깐요.

홀 루프에 퀵링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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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링크야말로 정말 튼튼한 비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튼튼해서 한번 걸린 퀵링크를 푸는 게 쉽지 않을 정도죠. 150g의 육중한 강철 덩어리를 하네스에 연결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길이는 훨씬 짧아졌지만, 하네스를 착용한 채로 초크백을 분리해야 할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무게 또한 너무 무겁습니다. 일반 비너가 차라리 나아요.

기어 루프에 퀵드로우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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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퀵드로우를 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빠르게 말하자면, 그러지 마세요. 절대로요. 일단 불필요하게 27cm나 더 길고(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름), 손에 초크를 묻히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최악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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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쉽게 풀리는 버클이 있는 벨트

앞서 언급한 벨트의 무게는 22g으로 아주 가볍다는 점 이외에도, 초크백 벨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또한 매우 뛰어납니다.

벨트는 조이는 정도에 따라 위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초크와 등반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초크백의 위치는 초크백의 바닥과 하네스의 허리 벨트가 12cm를 이루는 상태입니다.

초크백이 몸에서 멀수록 손도 더 멀리 뻗어야 하고 결과적으로 홀드를 잡고 있는 팔에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초크백과 등반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은 특히나 경사가 심한 루트를 등반할 경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등반자가 초크백을 향해 손을 뻗을 때 무게중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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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단순한 이유는 바로 초크백을 상황에 맞게 허리에서 좌우로 이동해 배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등반자가 작은 침니에 몸의 오른쪽 면을 붙이고 서있습니다. 한쪽 벽에 등을 완전히 기대고 있으며 발로는 반대쪽 벽을 힘껏 지탱하고 있습니다. 등반자는 마지막 크럭스 구간을 위해 손에 초크를 묻히고 싶어 하지만, 위에 소개된 방법으로는 등반자와 벽 사이에 꽉 끼어버린 초크백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없습니다. 원한다면 직접 해보셔도 좋습니다만… 뻔하죠.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같은 상황이지만 등반자는 초크 백 벨트를 사용했습니다. 이번엔 등반자가 몸을 침니 구간에 끼우기 전에 초크백을 몸의 왼쪽 면으로 돌려놓습니다. 등반자가 침니 속에서 몸을 비비며 나아가도 초크는 안전하게 초크백에서 등반자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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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한가득 챙겨야 하는 멀티 피치 등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멀티 피치 등반을 하다 보면 짐을 뒤적여 초크백을 꺼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은데요. 허리에 차고 있으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벨트를 사용하는 것이 이렇게 일을 손쉽게 만드네요.

초크백 벨트의 또 다른 큰 장점은 쉽게 풀리는 버클입니다. 앞서 언급한 퀵링크와는 다르게 벨트의 버클은 손쉽고 빠르게 초크백을 등반자의 몸에서 분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버클은 등반하다 지친 클라이머가 잠깐 쉬고 싶을 때나 잠깐 매트나 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고 싶을 때 초크를 실수로 쏟는 일 또한 방지해줍니다. 일단 비너를 클립 하는 것보다 배꼽 앞에 놓인 버클을 푸는 것이 훨씬 쉽기도 하죠.

결론

물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초크백을 매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블랙다이아몬드는 초크백 제품에 달려있는 벨트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바입니다. 그쪽이 훨씬 더 쉽고 기능적으로도 우세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비너를 고집하고 싶으시다면, 짐 초크 백이라는 제품을 한번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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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초크백 또한 다른 일반적인 초크백과 마찬가지로 벨트가 있지만, 벨트를 제거하고 하네스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끈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끈은 초크백과 하네스 사이의 불필요한 길이를 없애주며 튼튼해서 하네스에서 떨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또한 암장이나 등반지에서 자신의 장비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라면 짐 초크백을 적극 추천합니다. 짐 초크백은 존 하네스 혹은 솔루션 하네스와 같이 사용하면 좋습니다. 존, 솔루션 하네스의 홀 루프가 모멘텀 하네스보다 더 짧고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짐 초크백을 걸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높이에 걸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비너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더라도 걱정 마세요. 여전히 손색없이 멋져보이니깐요. 1987년 하인츠 마리아처가 보라색 비너에 초크백을 달고 루드 보이즈(5.13c)를 완등하는 멋진 영상을 함께 보시죠.

–BD 컨텐츠 매니저 크리스파커